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안정화와 활성화를 위해선 먼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6일 기후변화센터의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배출권 거래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시장 논리가 제대로 성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 배출권 거래제도 시장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대통령령(시행령)’들이 존재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배출권 가격 및 거래량이 급변하거나 그 밖의 배출권 거래시장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정부가 배출권 거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찬종 국제배출권거래협회 이사는 “가능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이사는 “정부가 처음 배출권 거래 시장을 만들면서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의해 시장 왜곡이 생길 우려에 안정화 조치를 만들어 둔 것”이라며 “그러나 제3자 거래가 금지되면서 온전한 시장이 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박 이사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이 결정됐다면 공고를 빨리해서 업체들이 준비 기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배출권 여유분 이월·차입’이 가격안정화 장치가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 배출권 거래시장에선 동일 계획 기간 내에서 남는 거래권을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부족분을 차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로 오히려 기업들이 배출권을 자체적으로 이월하고 차입하면서 거래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 제3의 기관에 매매를 위탁해 경매함으로써 적어도 한 번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매매하게 하고, EU의 하이브리드 정책(탄소세+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통화정책과 같이 경제 상황에 맞게 유동성을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시행 속도에 대해선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수 지속가능경영원 (대한상의 소속) 실장은 “규제 수단으로 배출권 할당량이 줄어들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정부의 정책 속도 완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