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한글편지/ 박정숙/ 다운샘/ 3만 원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일상이었던 편지는 대부분 능숙한 필치로 쓰여 있다. 특히 서법의 기본을 익히고 서예에 정진했던 선인들의 편지 글씨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 그 자체가 이미 예술품으로 인정된다.
‘조선의 한글편지’의 저자인 서예가 박정숙 씨는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83명이 쓴 150여 건의 편지를 비롯해 상언(上言), 조리서, 소설 등 다양한 한글 필적을 공개했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한글편지에는 유교적 엄숙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난 개인의 정감과 생활현장에서 당면하는 일상사에 대한 시각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 한글편지로 그 시대를 산 인물들의 의식과 생생한 정보를 접하고 우리 역사의 일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서예사 및 사회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를 연구한 전문적인 논저는 거의 전무했다. 이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학계의 실정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조선시대 최고 통치자인 왕을 비롯해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한글로 된 주옥같은 명필과 글을 남긴 수많은 명필가의 내력, 발굴된 친필 한글 글씨들의 가치를 밝힘으로써 한국 서예계의 위상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