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이 불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법인세 인상이 불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2012~2016년)간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는 애플(17.2%), 퀄컴(16.6%), TSMC(9.8%)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25.1%를 기록해 미국 다우케미칼(24.7%), 독일 바스프(21.5%), 일본 도레이(22.9%)보다 높게 조사됐다. 전자 및 석유화학 업종에 속한 대기업들이 이미 해외 경쟁사보다 높은 세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유효법인세율이란 법인세 납부액을 법인세 차감전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율은 83.1%를 기록한 데 비해 애플(44.2%), 인텔(57.6%), 퀄컴(42.7%) 등 미국기업이 명목세율 대비 실제 부담비중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에 한경연은 미국과 일본이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비해 한국은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의 경우 이미 법인세수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한경연 측은 지적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 수는 전체 법인 수의 0.02%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이들 기업은 전체 당기순이익의 36.3%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하고 또 전체 법인세의 42.9%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한경연은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최근 10년(2005~2014년)간 법인세율을 올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6개국(포르투갈, 칠레, 프랑스, 헝가리,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가운데 3개국(포르투갈, 프랑스, 헝가리) 세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은 사실상 징벌적 세금부과와 다름없다"며 "2010년 말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한국기업이 8개 포함됐지만 올해 8월말 기준 3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으로 감소해 우리 기업 경쟁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