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10년 ③] 은행직원 녹취록·美 금융당국 답변서… 피해기업 반격 예고

입력 2017-11-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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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직원 간 통화 “키코는 제로코스트 상품 아냐”... 美증권거래위 답변서도 새 증거로

키코 피해기업들이 내년 초 형사소송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이미 확정판결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담이 큰 부분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과 형사사건 불기소처분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새 쟁점으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2013년 진행된 대법원 소송은 이례적으로 공개변론까지 진행됐다. 공개변론 대상이 된 회사는 수산중공업, 세신정밀, 모나미 세 곳이다. 대법원은 여기에 삼코를 추가해 2013년 9월 최종 판결을 선고했다. 모두 은행의 상소 확정 판결이었고 삼코만 은행의 설명의무 미진에 대해 일부 승소했다.

대법원이 공개변론 시 요청한 쟁점 4가지가 최종 판결로도 이어졌다. ①키코 계약이 무효이거나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환헤지 기능 여부, 계약 구조의 약관 해당 여부 등) ②키코 계약 시 은행의 적합성 원칙 ③키코 계약 체결 시 은행의 설명의무 ④기타(재구조화 계약의 무효 여부여부, 옵션 이론가 고지 여부) 등이다.

키코 피해기업 측은 대법원 판결에서 ①과 ④에 대한 심도 있는 판단이 배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리 구조가 쉽고 가벌성도 낮은 ②와 ③ 위주로 대법원 판단이 치중됐다는 것이다. 이에 기업은 대부분 패소하고 삼코 사례 등 은행의 설명책임이 명백히 부실한 경우에 대해서만 5~50% 수준으로 은행 책임을 물었다.

판시를 보면 대법원은 ①키코 계약이 무효라거나 사기 또는 착오로 인한 계약이라는 기업 측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키코가 전체 환율구간이 아닌 일부 구간에서만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어도 환헤지 상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시에서 “환율이 상승해 키코 계약 자체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외환현물 보유로 인한 환차익도 발생해 전체적인 손익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키코 계약 체결로 더 큰 환위험에 노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대위는 키코의 풋옵션과 콜옵션이 대부분 1대2 또는 1대3 구조로 설계된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면 기업이 외환현물 보유액의 2~3배 규모를 매도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외환현물을 보유한다 해도 무조건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녹아웃(KO) 구간 밑에서는 헤지가 되지 않고 역시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총체적으로 환헤지 상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이너스 시장가치(숨은 수수료)’ 이슈가 다뤄지지 않은 점도 키코가 내년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강조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판시에서 은행이 키코 상품 구조에 포함된 옵션의 이론가나 수수료, 그로 인한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만 적시했다. 이에 대한 근거나 옵션의 이론가에 대한 정의 등이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키코 피해기업 측 변호사는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대부분의 변론을 은행이 키코의 마이너스 시장가치를 알리지 않았다는 데 집중했지만 대법원은 단순히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라고만 판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키코 계약에서 은행이 손실 발생의 위험요소 등 ‘주요정보’를 기업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 중 옵션에 대한 가격(프리미엄)이 핵심이라는 점은 건너뛰었다. 은행이 키코 계약서에 제시한 ‘제로 코스트(프리미엄)’은 실제 옵션 가격이 아님에도 이 부분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키코 등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몰랐던’ 기업이, ‘경영상황상 환헤지 목적에 적합하지 않는’데도 ‘은행의 권유로 충분한 설명 없이’ 가입한 극히 소수 사례에 대해서만 기업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새로 제기될 형사소송에서는 대법원 판결에서 부진했던 논리 다툼 외에도 기존 형사소송에서 누락된 증거들이 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형사고발·고소 당시 초기 수사를 담당했던 박성재 전 검사가 입수한 씨티은행 본점과 지점 직원 간 통화내용은 대법원 판결 6개월 후인 2014년 초에야 공개돼 재판에 쓰이지 못했다. 이에 새로 제기될 소송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증거기 된다.

해당 녹취록에는 은행이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을 감추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대법원이 은행의 마진이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판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2010년 서울중앙지검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요청해 받은 키코 상품 검토 결과 역시 새 증거가 될 전망이다. 당시 검찰은 외교부를 통해 해당 문서를 받아놓고도 공식 수사목록에 이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SEC와 CFTC는 공통으로 “키코는 제로코스트 상품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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