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11년 당시 키코(KIKO)재판에 제출한 관련법 유권해석이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법원에 허위·은폐·과장된 거래가격일지라도 고객에게 제공하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제출해 피해기업들이 대부분 패소했다.
22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2011년 서울고등법원이 금감원에 보낸 사실조회서 회신문을 보면, 금감원은 “대고객 거래가격 제공 여부는 제공행위 존재 여부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이어“다른 정보의 허위·은폐·과장 여부와 연관시켜 가격 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고객에게 거래가격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키코 사태의 본질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초 중 하나다. 은행이 키코를 프리미엄(수수료)이 없는 ‘제로코스트’상품으로 판매했으나, 실제는 거래가격을 임의로 설정해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이 피해기업들의 주장이다.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된’거래가격을 받지 못했다면 키코는 그 자체로 사기 상품이 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는 2011년 삼환강업과 한국씨티은행 간 키코 부당이득금반환 등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해당 사항에 대해 금감원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은행이 옵션의 공정가액을 임의로 부풀리거나 축소해 기재하고 고객에게 그 경위를 설명하지 않은 경우 대고객 거래가격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환강업, 삼코, 에프에스티 등 대부분의 키코가입 기업은 키코 상품을 구성하는 풋옵션과 콜옵션 가치(프리미엄)가 최대 5.7배까지 차이가 나는데도 별도로 고지받지 못했다. 대신 은행은 자신들이 임의로 산정한 마진과 비용을 각 옵션의 이론가격에 더해 인위적으로 제로코스트를 만들었다. 이를 대고객 거래가격이라며 기업들에 제공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정형 파생상품거래의 경우 계약체결 후 매월 말 기준으로 거래평가서를 거래 상대방의 후선부서에 송부하도록 돼 있어 이를 충족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답변했을 것”이라며“시일이 많이 지난 사안으로 당시 정확한 답변 취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