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자동차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반면 초호황 국면의 전자업계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097.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에는 1096.5원까지 하락하면서 연중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11월 첫째주 블룸버그 통신도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분석을 토대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4분기 1140원에서 내년 3분기 1125원, 내년 4분기 1120원까지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같은 달러 약세의 출발점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전자와 반도체업계의 호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시중에 풀리면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됐다는 것. 예컨대 이들 기업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엄청난 규모의 달러화를 시장에 되파는, 이른바 ‘네고’ 물량을 쏟아내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세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자재를 수입하는 내수 기업들은 득을 볼 수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 대기업들은 당장 경쟁력을 잃게 된다. 우리나라와 수출경합도가 높은 일본이 엔저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현대기아차 분기 보고서를 보면 경우 원 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연간 수출액은 약 2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차손에 대비해 해외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 비중이 점점 높이고 있고, 다양한 통화를 이용해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공업의 경우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 수주가 증가하기도 한다. 선사들이 발주 금액상승에 대비해 미리 선박을 수주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갑작스런 수주 증가를 마냥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중공업 관계자는 환율 전망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환헤지 계약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원화 강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졌고,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결제 통화가 다변화돼 있어 당장에 리스크는 적은 편이다. 나아가 꾸준한 경영 효율화 활동으로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삼성전자의 환율변동위험에 노출되는 주요 통화는 달러 외에도 유로화, 엔화, 루피 등이 있다. 회사 측은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의 최소화를 위해 수출입 등의 경상거래 및 예금, 차입 등의 자금거래 시 현지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환율변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불확실성과 손익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외환당국이 환율에 개입할 것이라는 경계감과 네고 물량 조절이 외환시장에서 충돌하면서 달러화의 낙폭이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을 1184원으로 추산한 상태다. 연구원은 전날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행태 균형환율 추정법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3분기 기준 균형환율이 1183.9원”이라며 “11월 평균 환율 1116.0원은 대내외 경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환율보다 5.7% 고평가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