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기재위의 조세소위를 통과한 전자담배 개소세 100% 인상안(1갑당 594원)이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발이 묶이자, 일반담배의 80%로 인상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10%를 더 올린 정부안을 냈다. 아이코스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가 일본 등 해외에선 전자담배의 세율이 낮다는 허위자료를 기재위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페널티 성격으로 세율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주초 이러한 입장을 기재위 의원들에게 전달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반담배와 똑같이 개소세를 매기도록 한 조세소위 통과 법안 그대로 처리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던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 등도 일단은 90% 수준으로 개소세를 매기는 데 합의했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 등이 과세 공백은 막자고 설득한 결과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90% 정부안’은 9월 내 처리가 무산됐다. 개소세 부과를 원하는 의원들은 본회의가 예정된 28일 오전에라도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 입장을 반영해 법안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이 ‘서민증세’ 등을 내세운 일부 의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재위원장으로서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 부과에 앞장서 반대해온 한국당 조경태 의원, 그리고 조세소위원장도 맡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기재위 한 관계자는 “한국당 소속의 김광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같은 당 의원이 막는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조세소위 통과안을 조경태 의원이 막무가내로 잡고 있는데도 조세소위 책임자인 추 의원이 가만 있는 건 비겁하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선 조경태 의원이 필립모리스에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여야 없이 터졌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조 의원을 향해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이종구 의원은 “필립모리스의 허위자료를 배포했다”며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 의원과 여야 의원들이 일대 다수로 싸우는 동안, 추경호 의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