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선임이 기존 방식대로 정부 측 인사들에 의해 진행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는 정권의 기금운용본부장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임명 방식 개편을 국정 과제에 포함했지만 무효한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해당 기관의 상임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해 뽑기로 했다. 해당 추천위는 복지부 국장, 국민연금 이사장 등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늘 정권 핵심 인사 인맥으로 채워졌다.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인맥으로 분류됐다. 실제 강 전 본부장은 정권이 바뀌자 올해 7월 자진 사퇴했다. 대내외의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 노후돈 590조 원을 운용하며 주요 대기업의 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정권 코드에 맞추지 않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선임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정부 당연직을 대폭 축소하는 식으로 독립성을 강화한 뒤, 해당 위원회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을 뽑기로 했다. 하지만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새 선임 방식이 아닌 기존대로 절차를 진행한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2+1년이다. 최대 2020년까지는 새 선임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국민연금 기금을 정부 정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란 시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 공약에서 국민연금 기금으로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벌써부터 호남 중심의 금융인이 새 기금운용본부장에 유력하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사전 내정설은 이전과 다를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단기간에 이를 해내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