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의 저신용자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정보 구축이 미진한 상황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위험 대출을 늘려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카카오뱅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별 대출 현황’에 따르면 출범 당일인 지난달 27일 전체의 34%를 차지했던 고신용자(1~2등급) 대출건수는 일주일 후인 이달 3일 기준 19%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저신용자인 7등급 이하 대출 건수는 4%에서 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신용자(5~6등급) 대상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36%에서 47%로 증가했다.
대출잔액 기준으로도 우량 등급에 대한 비중은 줄고, 상대적으로 위험 고객군인 중저신용자는 크게 늘었다.
1~2등급 대상 대출액은 출범 당일 전체 여신액의 70%를 차지했지만 일주일새 54%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5~6등급 대출액은 같은 기간 7%에서 15%로 훌쩍 뛰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액도 1%에서 2%로 두 배 늘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몰리는 중저신용자들 가운데 우량 고객을 선별할 정도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고도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중저신용자들 대상 상품인 비상금대출(1~8등급)의 금리 수준은 최저 연 3.45%로, 고객 위험도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절벽 해소라는 점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신용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위험 고객군을 배제하는 데 있어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나면 인터넷은행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출범 23일째인 현재까지 대출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출신청을 위한 첫 단계인 한도조회를 하면 바로 ‘대출신청자가 너무 많다’는 알림 문구가 뜬다.
대출한도와 금리 관련 고객센터 상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이달 초 상담 인력 90명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시스템 먹통 현상이 신속히 개선되지 않으면 대규모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