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다!’ 뛰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흔들림이 잦아들자마자 맨몸으로 휴대전화만 들고 뛰쳐나왔다. 모든 사이트에 접속해 봤지만, 대부분의 사이트가 먹통이었다. 핸드폰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었다.
예전에 이용했던 기억을 더듬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웹사이트를 뒤져 보기 시작했고, 온 가족을 뛰쳐나오게 한 것이 지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충격이었고, 한편으로 답답했다. 학교 다닐 때 우스갯소리로 지진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지진으로 집에서 밖으로 맨몸으로 뛰쳐나온 사람들과 부모님을 보면서 내 고민은 끝이 났다.
사람들이 지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두려워하진 않았으면….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9·12 지진’ 발생 후 약 6개월간, 이직을 위해 준비했다. 지진 분야 연구원을 채용하는 부산지방기상청에 서류를 제출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면접을 봐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부산지방기상청 관측과에 들어와 지진 업무를 맡은 지 약 한 달.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신입이다. 미숙함에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관측과 분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중이다.
작년 ‘9·12 지진’ 이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지진 조기 관측망 구축을 위한 준비는 이미 대부분 마친 상태였다. 관측망 하나하나의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 서류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또 지진·지진해일·화산 교육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맞춤 교육으로 준비되고 있어 많은 시민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기상청에서의 한 달은 일반인으로서 가졌던 지진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불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부산지방기상청에서 지진 업무를 맡으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뒤에서 힘쓰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