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사우디를 비롯한 7개국은 카타르가 중동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국가는 7일 현재 9개 나라로 늘었다.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흐르면서 수주물량 확보가 시급한 건설업계는 상황 파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인프라 공사 등의 물량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수주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역시 카타르 지역 건설 공사에 영향이 있는지 해외건설협회 등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에서는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17개사가 총 26건, 110억 달러가량의 건설공사를 수행 중이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카타르에서 수주한 금액은 77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수주국 규모로만 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시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공사는 장기간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인 만큼 당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일단 건설 자재와 장비 이동 등에 어려움이 없는지 챙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로 중동 국가 간 건설 자재 등의 육로 수송이 안 될 경우 카타르항을 이용한 해로를 활용하면 된다”며 “건설공사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카타르에서 플랜트 공사를 수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추가 수입 없이 앞으로 2∼3주가량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건설 자재를 확보한 상황이라 당장 큰 위기가 닥치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자재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해 하릴없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단교 선언 이후 건설사들의 자재를 실은 선박이 두바이항에서 카타르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공사비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해외건설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2010년 중동 국가들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물자수급의 차질로 해외건설 현장의 손실이 커진 바 있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올해 회복세를 보이는 중동·북아프리카 일대 프로젝트 발주 물량이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어 건설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카타르에서 현장을 운영 중인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 중이라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향후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중동 국가들의 움직임과 대응 방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