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열린 ‘2017 대한민국 CSR 국제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 제시 국제기구 GRI의 팀 모힌 회장은 “앞으로 지속가능경영이 성장하는 시장을 꼽으라면 한국 기업 등 아시아 기업”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럽의회(EP)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개 의무화를 법으로 제정했다. 유럽연합(EU) 외 다른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EP 지침은 EU 대기업뿐 아니라 가치 사슬에 함께하고 있는 EU 밖 중견·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EU의 소매업체 A가 아시아 제조업체 B의 물건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A는 EP 지침에 따라 협력업체인 B에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이다. 아시아 제조업체 B는 EP 지침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A와의 협력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재무 정보를 공시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게 될 것이다.”
△EU 기업들의 비재무 정보 공개는 어떤 기회와 리스크를 동반하는가?
“EU는 이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아시아 기업과 비교해 볼 때 그렇다. 수백 개의 EU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그렇다고 EU 내에 새로운 시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에서도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동유럽 기업이 서유럽 기업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양적, 질적 수준이 뒤떨어져 있다. 동유럽 기업들의 부진으로 아시아·태평양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2015 KPM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다. EP 지침은 비재무 정보를 공개하고자 기업, 혹은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자 하는 EU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 리스크 관점에서 보고 방법과 프레임워크의 확산은 EU뿐 아니라 전 세계에 어느 정도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GRI 회장으로서 집중하는 부분 중 하나는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속가능성 보고의 맥락을 바로잡는 데 있다.”
△EU 기업의 ESG 정보공개 의무화는 아시아 기업(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아시아는 지속가능경영보고에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대만, 인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급증했다. 보고에 대한 다양한 규제, 특히 증권거래소 상장 조건 변화에 따라 보고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개 확산은 아시아 내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업의 리스크와 기회를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고, 다른 변화는 기업이 진정성 있는 임팩트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비재무 정보 보고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려주고, 보고 과정을 통해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의미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아시아 기업들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더욱 회복력 있는 시장을 구축해준다.”
△한국 기업들은 내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는데, 기업들이 GRI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하는 내적, 외적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가?
“지속가능성 관련 임팩트를 공개하는 데는 다양한 외적, 내적 동기가 존재한다. 일부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 운영체계를 향상하고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몇몇 기업들은 EP 지침이라든지, 유엔(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등과 같은 외부 압력 때문에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