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설립해 하도급 협력업체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일자리 공약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민간 기업에서 구현된 첫 사례로 비슷한 형태의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K방송통신 업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는 홈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초고속인터넷 및 IPTV 설치·AS 관련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103개 홈센터 직원 약 5200 명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고 22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위해 다음달 초 자본금 460억 원 규모의 자회사를 10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할 계획이다. 또 오는 7월부터 업무위탁 계약이 종료되는 홈센터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 구성원으로 채용해 오는 2018년 7월까지는 모든 대고객 서비스 담당 구성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할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내용을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해 최종 확정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회사는 대고객 서비스 담당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홈 서비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업계에선 이번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그동안 방송통신 업계 전반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 딜라이브 등 방송통신 사업자들은 상품 판매 및 설치 AS 등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간접 고용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본사 지침을 강요받고 따르지만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처우와 성과 중심의 실적압박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KT는 최근 원청-하청 고용문제로 연일 시위가 이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8일 KT 새노조를 비롯해 12개 노동·사회·정당으로 구성된 KT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했다. 이들은 “KT의 주요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3년간 네 번이나 쪼개기 계약을 하며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한 뒤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했다”며 “KT 황창규 회장이 직접 나서 비정규직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KT스카이라이프 무선사업팀에서 일한 비정규 노동자 염동선(37)·김선호(31)씨는 도급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하고 관리·감독했다며 KT스카이라이프와 도급업체 케이티스를 불법파견·위장도급 혐의로 지난 3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지난 9일에는 KT스카이라이프를 상대로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