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사상 처음 5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실업자 2명 중 1명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백수’였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업자는 116만7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2%(1만4200명) 증가했다.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교육 정도별로 보면 대졸 이상이 54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졸 45만1000명, 초졸 이하 9만9000명, 중졸 7만5000명 등의 순이었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전체 실업자 중 46.5%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이들이었다. 교육 정도별 실업률은 대졸 이상이 4.4%로 초졸 이하(5.3%) 다음으로 높았다. 고졸과 중졸의 실업률은 4.2%와 3.5%였다.
또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는 1655만2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1%(1만6500명)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인구 중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일을 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엔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포함된다.
교육 정도별 비경제활동인구는 고졸이 591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졸 이상 352만8000명, 초졸 이하 372만3000명, 중졸 338만7000명이었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350만명을 넘은 것도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1분기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여러 학력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늘었다. 고졸(-0.9%)과 중졸(-0.3%), 초졸 이하(-1.0%)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감소했지만, 대졸 이상은 2.4%(8만3800명) 증가했다.
대졸 이상 계층에서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노동수급 불일치(mismatch, 미스매치)', 임금 격차 확대 등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스매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에서, 교육 정도별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임금 격차 확대도 대졸 백수를 늘리는 요인이다. 임금, 근로조건 등 일자리 질에 차이가 크게 나면서 스펙 쌓기, 취업 학원 수강 등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
실제 대학 졸업 이후 노량진 고시촌 등에서 몇 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공시생)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층 공시생이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38.9%(7만2000명) 증가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