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① 한은 성장률 상향조정, 추가 인하 없다vs전망의 단기화

입력 2017-04-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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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톺아보기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실적을 확인하기까지는 적어도 3분기 내지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0.1%포인트 조정은 다소 이례적이다.

시계가 다소 길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큰데다 어떤 돌발변수가 있을지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조정 여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0.1%포인트 조정은 사실상 리스크가 있고 의미가 없다는 게 그간 한은의 스탠스였다.

이번 전망발표를 앞두고 성장률 상향조정 유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지난해 성장률이 0.1%포인트 상향 조정되면서 작년 성장으로부터 올해 이월되는 소위 이월효과가 족히 0.04%포인트 정도 더 더해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었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이 0.1%포인트 상향조정되면서 거기에 따른 레벨 업 효과가 있었고, 정보통신(IT) 업종이 호조를 보이면서 IT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실적이 상당히 늘고 투자계획도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라며 “탄핵결정 이후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돼 소비심리가 다소 개선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전망치 상향조정과 관련해 한은의 정책적 터닝포인트인지 전망의 단기화인지는 좀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물가 전망도 상향, 정책적 터닝포인트 = 우선 이번 성장률 상향조정에서 의미를 더하는 부문은 올해 물가전망도 기존 1.8%에서 1.9%로 올려 잡았다는 점이다. 이 또한 최근 2%대를 넘나들고 있는 물가 오름세를 반영한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전문가들도 성장률과 물가의 동반 상향 조정을 한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받아드리는 분위기다. 실제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금통위 직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중 25bp(1bp=0.01%포인트) 인하 전망을 철회하면서 올해 한은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과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폭은 연평균 2007~2016년 42조 원, 2011~2016년 40조 원이었다. 한은이 제시한 2.6% 성장률 달성을 위해 필요한 GDP 증가분은 39조 원으로 과거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가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도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올해로 앞당겨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소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으나 향후 방향성은 인상 쪽임을 시사했다. 그는 “앞으로의 금리전망은 우리가 본 전망경로대로 경제의 흐름이 이어지는지 여부와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변화를 보고 적절한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며 “시기에 관해 금년이나 내년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시그널링 기능 약한 통방, 의사록 함준호 추정 ‘정책여력확보’ 삭제여부 확인 필요 = 한은은 올해부터 금리결정 금통위를 기존 12회에서 8회로 줄이면서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실제 지난해말 발표한 ‘2017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의결문 기술방식을 정책결정 배경에 대한 설명 및 정책방향에 대한 신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방 의결문의 기술방식과 내용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방이 이같은 개선안을 바탕으로 작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올 1월부터 종합판단 부문에 삽입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하여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라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이 문구는 지난 2월 ‘물가상승압력이’가 ‘물가상승압력은’으로 변경된 것 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만 성장률과 물가를 상향 조정한 이달 통방에서도 이같은 종합판단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한은의 경제전망과 통방간 통일성이 다소 부족해 보여서다.

국내경기 판단에서 현상나열에 그칠 뿐 별다른 시그널이 없다는 점도 여전하다. 과거 시그널링 기능을 줬던 문구가 크게 희석됐거나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달 통방에서 관련부문은 “소비가 여전히 저조하였으나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난 1월 ‘성장세가 다소 둔화’에서 2월 ‘완만한 성장세’, 4월 ‘성장세가 다소 확대’로 성장관련 부문언급은 크게 변화했다. 과거 이 부문 언급과 관련해 ‘부진’이나 ‘둔화’, ‘미약’ 등 언급이 계속될 경우 금리인하로 이어졌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술 변화는 분명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접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2월부터 새로 삽입된 ‘소비 부진’에 이어 4월 ‘소비가 여전히 저조’까지 관련 부문은 부정적임을 명시해 앞선 성장세 부문을 크게 희석시키고 있다.

또, 과거 금리결정의 시그널 기능을 했던 경제주체들의 심리 부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아예 빠져버렸다. 문구 삭제 직전에는 심리가 ‘부진’과 ‘개선’을 오가며 현상나열 수준으로 격하되기도 했었다.

통방의 시그널링 부재로 이번 전망치 상향 조정의 명확한 의미는 이달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는 다음달 2일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 특히 비둘기파 중 한 명인 함준호 금통위원의 스탠스 변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해 12월 의사록부터 ‘여력 확보’라는 언급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최근 금리인하가 있었던 달의 직전월인 지난해 5월 그로 추정되는 인물이 ‘신축적 금리조정 여력을 확보함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하면서 금리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줬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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