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터미널 없는 현대상선, ‘월세살이’ 설움

입력 2017-04-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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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항인 부산신항서 원가보다 높은 컨테이너 보관료 등 지불 비용절감 측면에서 불리

해운사에게 항만 터미널은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국내외 선사들이 세계 거점 터미널 지분을 인수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물류비용의 30%를 차지하는 하역비를 낮추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1만TEU급 선박 1척을 운영하려면 20피트 컨테이너 3만 개가 필요한데, 배에 싣지 않은 컨테이너는 터미널에 보관해야 한다. 터미널을 소유하고 있는 선사는 컨테이너 보관비용을 원가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터미널이 없으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부산신항의 터미널 확보는 국적 해운사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항로상 중국·일본·러시아·북미·남미·호주로 이동하는 ‘환적항’이기 때문이다. 환적화물은 최종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중간 기항지에서 배를 갈아타는 화물을 뜻한다. 환적화물은 하역 작업을 두 번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반 수출입 화물보다 단가가 2배 이상 비싸다.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방안에 선대 개편과 터미널 확보가 핵심 내용인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거점 터미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일본 도쿄터미널, 대만 카오슝터미널,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했으며,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인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그러나 정작 국내 거점 항구인 부산에는 아직 터미널이 없다.

원래 현대상선은 부산신항 4부두 터미널의 대주주(50%+1주)였다. 그러나 지난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터미널 지분 40%+1주를 PSA에 매각했다. 덕분에 약 1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4부두의 주인 자리는 PSA에 내줬다. 더구나 현대상선은 PSA와 맺은 약정 때문에 모든 컨테이너 물량을 4부두 터미널에서만 처리하고 있다. 해운사는 보통 거래 물량을 기준으로 터미널과 항비를 협상하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용절감 측면에서 불리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가 항만 하역비, 선박입항료, 접안료, 정박료 등을 절감하려면 전용 터미널 확보가 필수”라며 “모항인 부산에서는 터미널을 확보하지 못 했기 때문에 월세를 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터미널은 1부두와 3부두다. 현대상선 채권자는 “3부두는 IMM PE와 (주)한진의 거래가 결렬될 경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방안 자금 범위 안에서 터미널을 인수할 예정이라 지분을 얼마나 가져올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1부두는 최근 (주)한진이 지분 40%를 매각하면서 싱가포르 항만공사(PSA)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PSA가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PSA는 이용료를 낼 해운사가 필요하므로 지분을 굳이 전부 갖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현대상선이 부산항에서 터미널을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가 선대 개편이기 때문이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항 터미널 확보도 중요하지만 현대상선은 지금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한 본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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