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작은 지난 21일이다. 현대차 주가가 8.63% 급등하며, 최근 1년 내 최고치인 17만 원까지 치솟았다. 앞서 20일 골드만삭스는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시점과 일치한다.
이후 22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여전히 현대차가 지주회사 전환에 유리하다는 입장은 유지했지만,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았다. 목표 주가에 도달했기 때문에 투자 의견은 오히려 중립으로 조정했다.
이에 현대차 주가는 2.94%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외국계 IB의 ‘묻지마 리포트’에 추격 매수 나선 개미들이 피해를 봤다”거나 “매수 3일 만에 말 바꾼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줘 피해를 줬다”라는 등의 논란이 일었다.
최근 이렇다 할 재료도 없었던 현대차 주가가 사흘간 급등락을 한 데에는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첫째, 해당 보고서가 나오고 난 22일 현대차 주식 1100억 원치를 넘게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모두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보고 매수한 투자자들일까. 당일 골드만삭스의 매수도 있었지만,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도 여럿 있었다. 골드만삭스 창구는 보고서에 따른 매수일 수도 있고, 다른 증권사 창구는 또 다른 이유로 매수를 했을 수도 있다. 또한 그 보고서 내용을 봤지만, 동의하지 않고 매도한 투자자도 있었을 것이다. 확인되지도 않았고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논란의 시작은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나왔고 외국인이 1100억 원치나 사들이며 주가를 띄웠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둘째, 골드만삭스가 매수의견 보고서 사흘 만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려 투자자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줬다는 것 역시 논란이다. 골드만삭스의 매수 의견은 21일이 최초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7일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는 16만5000원이다. 따라서 2월 7일 매수 보고서를 낸 이후 꾸준히 오르던 주가가 22일 급등해 목표 주가를 뛰어넘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 하나만으로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조 원이 오른 것이 이상한 거지, 한 달 전부터 제시한 목표 주가에 도달해 투자의견을 중립 의견으로 내린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다.
셋째,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한 23일 주가는 매수 보고서가 나온 21일 종가 대비 2.94% 하락했다. 그런데 2.94% 하락이 혼란이고 피해라면 왜 주식투자를 하냐는 지적이다.
허위사실이나 범죄에 의한 손실이라면 0.1% 손실이 나도 혼란이고, 피해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21일 지주사전환 예상 보고서를 내면서 목표 주가를 올린 것도 아니고 당초 제시했던 목표 주가는 유지했다. 목표 주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매수하지 않았으면 되는 것이다. 또 고점에 사 2.94%의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몇이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있다면 제대로 보고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묻지마 매수’한 것이다.
증권사 보고서나 회사의 홍보 보도자료, 언론기사 등은 의견과 정보 중 하나일 뿐이다. 여러 정보를 각자의 판단에 따라 투자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은 주식 투자의 기본이다.
국내증권사에는 매수 의견만 있고 매도 의견은 없다고 지적하면서 목표 주가에 도달해 매수 의견을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냈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