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떤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하며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통령 자리가 하도 시답잖고 하찮아져서 그런지 대선 출마 희망자가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 특히 ‘박근혜 실패 연구’를 했는지 궁금하다. 미국식 표현을 빌려 ‘Anything But Park’(박만 아니면 돼)이면 충분한가? 그러려면 어떤 것이 박근혜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 건지 알아야 할 것이다. 먼저 인사. 이제는 연정(聯政)과 협치(協治)가 필요한 시대다. 여든 야든 사람을 두루 골라 고루 써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인사다.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에 의한 공정한 인사는 사회 전반에 건전한 낙수(落水)효과를 가져다 준다.
다음은 비선(秘線)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 바른 인사를 하려면 남들의 의견을 겸청(謙聽)해야 하지만 의견의 제시가 독점되거나 의견을 낸 사람이 득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실패한 원인은 인사를 엉망으로 하면서 소수의 주변 사람들 위주로 나라를 이끌어간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대통령 파면 이후 60일 이내에 급박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도움닫기’가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모든 게 더 빨리 분명해져야 하고 공약과 메시지가 뚜렷해야 한다. 특히 당선 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정권을 승계하기 어려우므로 정권 획득에 대비해 미리 짜놓는, 이른바 섀도 캐비닛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을 기용해 정부를 이끌어갈 것인가 그 면면을 미리 공개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좀 어려운 일이겠지만 선거 후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할 참모들을 공직에 맞지 않는 사람 위주로 선별해 놓으라. 공을 이룬 다음에는 물러간다는 공성신퇴(功成身退)의 철학과 다짐을 정권 주변에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음엔 메시지와 유머다. 공인은 출처(出處)와 진퇴가 분명해야 하고, 공사 간의 각종 연설이든 방명록에 써넣는 글이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국민이 궁금한 것,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예민하고 신속하게 파악해 응답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때도 그랬지만 늘 ‘메시지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시의(時宜)에 맞는 데다 적절한 유머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말에 즐겁게 웃어본 기억이 없다. 본인이 책과 거리가 멀고 유머감각도 없다면 그런 걸 보충해줄 수 있는 사람을 써 머리와 감각을 빌려라. 언론과는 회견이든 간담(懇談)이든 수시로 만나 활발 이상의 활발발(活潑潑)한 토론과 소통을 하라.
박 전 대통령은 인사 이야기를 꺼내는 비서실장에게 “실장님이 인사도 하세요?”라고 물어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또 포스코에 관해 언급하는 사람에게 “포스코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아세요?”라고 해 말문을 막아버렸다고 한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누가 무슨 말을 하겠나? 차가운 레이저광선에 오갈이 들고 주눅이 들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받아쓰기나 해왔을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의 말 중 살릴 만한 것은 이거다. “이러려고 절 도와주셨나요?” 정권 출범 직후 인사 청탁성으로 사람을 추천하는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는데, 새로 대통령이 되는 사람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사의 싹을 이렇게 없애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