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닛케이 “사면초가 한국, 리더십 부재로 내우외환 계속된다”

입력 2017-03-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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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일단 불확실성은 걷혔지만 차기 대선까지 2개월 간 리더십 부재로 인한 내우외환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일본 경제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회의 탄핵 소추 결정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난 3개월간 한국의 수출 산업 부진과 내수 침체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중요한 정책 결정 등 정부 기능은 거의 멈춘 한편,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차기 대선까지 두 달간 대통령 부재로 내정·외교 모두 사면초가에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경제 성장을 견인한 수출 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민간 소비를 비롯한 내수 침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 실업률이 사상 최대에 이르는 등 고용 확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가계부채 총액은 1300조원을 넘어섰고, 실질소득과 소비지출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 바 김영란법은 외식 산업 등 일부 산업에 적지않은 충격을 가했다.

이 여파로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 때문이 아니라, 내수 부진에 의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이것이 원화 가치 상승을 야기해 수출 환경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외환 보유액은 약 3700억 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등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 원인이 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체포됐고, 삼성그룹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은 폐지됐다. 앞으로 검찰은 파면된 박 대통령의 구속도 염두에 두고 일련의 의혹에 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삼성 외에도 SK와 롯데 등 대기업 재벌 그룹 총수를 포함한 수사는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재벌 기업의 유착을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벌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기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재벌 기업의 강점이었던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런 리더십 부재는 외교 분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대화는 단절된지 오래됐지만 북한은 2월 12일 신형 탄도 미사일 ‘북극성 2호’를 발사한 데 이어 3월 6일에는 이동식 스쿼드 ER로 추정되는 탄도 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이는 3월 1일 시작된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반발한 것으로, 추가 도발도 예고하는 등 우발적인 충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에서 2월 발생한 김정남 살해 사건에서도 한국의 모략이라고 주장한다.

주변국과의 현안도 산적해있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으며, 주한 일본 대사가 자국으로 돌아가 자리를 비운 지 벌써 2개월이 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선 출마 후보자들 대부분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소녀상 철거에 부정적이어서 양국간 갈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기다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는 와중이다. 중국은 롯데마트의 일부 매장 영업정지와 한국 여행 상품 취급 중단 등 연이어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본격화하면 한국과 EU 간 FTA에도 영향을 불가피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불안 요소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은 5월 9일이 유력하다. 동시에 그때까지 2개월 간은 대통령 부재다. 일반적으로 대선은 당선에서 취임까지 약 3개월 간의 준비기간이 있지만 이번에는 당선과 동시에 직무를 시작해야 한다. 그 사이,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5년(4월 15일)과 조선 인민군 창건 85년(4월 25일) 등을 맞는다. 김정은 조선 노동당 위원장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군사력을 과시해 왔는데, 이번에도 6차 핵 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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