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권의 생글센글] 대상과 동원F&B, 불공정거래의 관행을 벗어날 때

입력 2017-02-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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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기본부터 다시 살펴야

대상(주)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억2천만원을 부과 받았다. ㈜동원F&B는 과징금을 부과 받지는 않았지만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들 두 업체는 학교급식에서 사실상의 식자재 선택권이 있는 영양사들에게 자사제품의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이러한 불공정 거래가 업계의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상(주)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4개월 간 3,197개 학교의 영양사들에게 9억7천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OK캐쉬백 포인트를 제공했다. 동원F&B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499개 학교의 영양사들에게 2,458만원 상당의 스타벅스 상품권, 동원몰 상품권을 지급했다. 학교급식용 가공식재료 시장의 또 다른 대기업 공급자인 CJ프레시웨이와 푸드머스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10.2%), 대상(9.5%), 푸드머스(7.6%), 동원F&B(2.1%), 이 네 개 기업이 학교급식용 가공식재료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70%는 60여개의 중소기업군이 점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쟁시장에서 대기업은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 비즈니스 인프라나 네트워크, 제품 개발을 위한 여력,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재원 등이 대기업이 지닌 무기다. 시장이 대기업들에게 바라는 것은 이 무기들을 잘 활용해 혁신을 일으키고, 건강한 경쟁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반대였다. 대기업의 규모를 이용해 시장 전체에 부패를 확산했고, 불신을 자초했다. 학교와 학생들의 입장에선 좋은 식재료를 정당한 가격에 공급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다른 중소 식품회사는 어땠을까? 대기업만큼 뇌물과 금품을 제공할 수 없는 중소기업군에게, 한국을 대표한다는 식자재 기업의 부패한 영업행태는 절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대상(주)는 10여년 전인 2005년 윤리경영의 추진을 선언했다. 윤리강령과 행동지침을 제정, 공표했고 윤리경영 신문고 신고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런 노력이 보여주기에 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직 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조직이 이를 수용했는지, 재발방지책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동원F&B는 홈페이지를 통해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을 제외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인식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기업의 사회적책임의 시작은 의지의 대내외적 표명이 첫단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직 시작도 못한 셈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내외의 의사결정의 영향권 내에서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식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능성들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 시행하고 이가 조직 내의 관행이 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조직문화의 개선은 우선 리더십의 확고한 반부패 의지의 대내외적 표명에서 시작한다. 조직 내에서 반부패 업무를 담당하고 감독하는 부서를 격려하고, 이 부서에 명확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 담당 부서는 조직의 대표자와 피고용인, 계약자와 공급자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시행에 대해 조직의 리더는 그 진척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반부패 제도는 조직과 거래 관계 등에 있는 이해관계 조직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규범과 관리체계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

여러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어느 한 기업만 사회적책임을 온전히 다하는 경우, 오히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에 부패가 누적된다면 시장의 혁신은 저해되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소수 기업들의 과점체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과 같은 시장에서라면 사회적책임을 의식하지 않는 기업들도 중단기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비자들의 눈은 높아지고 있고, 제도는 치밀해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적책임(CSR)의 기본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고대권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미래사업본부장 accrea@kos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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