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갔다. 구속 여부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를 통해 결정된다. 앞서 법원은 뇌물공여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그동안 특검이 보강수사를 벌인 부분이 얼마나 인정을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와 관련,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며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은폐합의 회의록’은 최순실의 일방적인 요청을 기록한 메모”라며 “박상진 사장은 해당 요청을 거절했고, 추가 지원도 약속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반기업 정서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는 증거나 법리상으로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며 “하지만 법원이 ‘재벌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게 부담스러워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의 경영 정상화는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하고 이후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현재까지 초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연쇄작용으로 올해 경영계획과 신입 공개 채용 일정을 수립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투자와 신성장동력 마련 방안 등에도 공백이 예상된다.
현재는 마케팅 활동의 기본인 제품 홍보 활동도 멈춘 상태다. 매일 2~3건의 자료를 배포하던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이후 단 한 건의 홍보자료도 배포하지 않고 있다.
당장 오는 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주주총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하만의 주요주주들이 삼성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에 의심을 품을 수 있다. 또 이르면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구상을 밝히겠다던 계획 역시 실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약속한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벗는 데 주력하고, 그룹 전반의 현안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 경영체제로 운영할 전망이다.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한 각종 쇄신안과 투자 등은 뒤로 미루고 현상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