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을 6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경영 화두로 제시한 ‘딥체인지’를 실천하기 위한 공격 경영으로 해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도시바가 신규로 발행하는 3000억 엔(약 3조 원) 규모 우선주 입찰에 참여했다. 도시바는 해당 우선주를 추후 분사해 신설 예정인 반도체사업부 회사 일반주 지분 19.9%로 전환해줄 예정이다. 낸드플래시 점유율 세계 4 ~ 5위에 머물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단숨에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2015년 회계부정사건으로 주요 임원들이 대거 사임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위기에 닥치자 가전제품과 의료기기, 센서 등 기존 사업부를 대거 매각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미국 원전 사업에서도 7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본 후 도시바는 주식과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핵심사업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하는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분할되는 반도체사업부의 가치는 현재 10조 ~ 14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시바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20% 정도의 점유율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인 3D낸드에서는 경쟁 업체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3월 말 기준으로 매출액 8456억 엔(약 8조5900억 원), 영업이익 1100억 엔(약 1조1700억 원)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사업(세계 2위)에서는 많은 돈을 벌지만, 낸드플래시 부분에서는 작년까지 적자를 냈다. 기술력에서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앞서 있지만, 생산시설이 크게 부족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2조2000억 원을 투입해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설립하며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부문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기술력과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지분 참여로 D램에만 치중돼 있는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조를 개선하고, SK하이닉스를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키울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지분 인수가 가능하다면 부족한 낸드 관련 기술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삼성전자,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경쟁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낸드 사업에서 ‘SK하이닉스 - 도시바 - 웨스턴디지털’ 연합이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측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