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정식 회원사로 가입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1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마저 글로벌 해운동맹 정식 가입에 실패하면서 한국 물류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해졌다.
12일 현대상선은 2M과 선복(선박의 화물 적재공간) 교환, 선복 매입을 하는 ‘전략적 협력(2M+H Strategic Cooperation)’을 맺는 것으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2M은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2위인 스위스 MSC가 포함된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전 세계 해상 화물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선복 교환은 배에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해운사끼리 교환하는 것이고, 선복 매입은 짐을 실을 공간을 일정 기간 돈 주고 빌리는 것을 뜻한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3년간 2M과 선복 교환, 선복 매입 방식으로 협력하게 된다. 회원사끼리 노선과 선박을 같은 회사처럼 공유해 화물을 유치하는 해운동맹의 핵심 목적과는 달리, 외국 선사 배의 일정 공간을 빌려 쓰는 세입 형태인 셈이다.
현대상선과 정부는 “2M과 유일하게 협상을 체결한 만큼, 사실상 해운동맹에 가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 대부분은 사실상 2M 가입에 실패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2M 가입이라고 말하려면 전체 노선과 선복량을 공유하는 선박공유협정(VSA) 수준이어야 한다”며 “결국 2M이 현대상선을 동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2M 정식 가입 실패로 정부의 현대상선 경쟁력 강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여론에 현대상선은 이날 유창근 대표와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주제의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대상선 측은 “이번 협약은 열위의 조건에서 협상팀이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며 “경영 역량 강화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 중장기 성장 전략 추진에 매진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