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주담대 금리 상승은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최근 주담대 변동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최고금리가 연 5%를 돌파한 상품까지 처음 등장했다.
시중 은행들의 금리 조정은 우리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와 미국 대선 결과의 영향이 크다.
10년물 국채 금리(11월 16일 기준)는 연 2.084%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인 8일의 연 1.702%보다 0.382%포인트나 뛰었다.
은행별로 5년 만기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연 3.07~4.77%에서 0.32%포인트 증가한 연 3.39~5.0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대출금리는 0.12%포인트 오른 연 3.18~4.48%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42~4.72%로 0.3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대 금리를 유지한 우리은행도 3.22~4.52%로 0.28%포인트 올렸다. 불과 보름 만에 시중은행에서 2%대 금리 상품이 사라졌다.
주담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은행연합회 집계 결과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41%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8월 들어 상승 전환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월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돼 잔액기준 코픽스에 비해 시장금리 변동을 빠르게 반영한다.
금융권에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반적으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은 만큼 금융소비자가 상품 변경을 고려할 경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기준 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2.91~4.21%였지만 고정금리는 3.22~4.52%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5년 혼합형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이라면 현재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을 확률이 높은 만큼 기존 대출을 그대로 이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대출을 받은 지 3년 이상이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만큼 어떤 대출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처럼 금리 상승 압박이 심할 때는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면서 “대출 상품을 무조건 갈아타는 것보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재무상태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