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차, 과연 성공할까?

입력 2007-09-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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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입차 업계에서 눈길을 끄는 소식이 하나 있었다. 일본 닛산자동차가 닛산 브랜드의 자동차를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 팔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상륙해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대중 브랜드인 닛산까지 들어올 경우, 수입차 시장은 물론 국산차 메이커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바로 뉴스가 보도된 당일, 한국닛산 측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이를 부인하는 보도 자료를 뿌렸다. 도대체 어떤 것이 사실일까? “한국닛산 측 고위 임원에게서 들은 말이라 확실하다”는 게 취재를 했던 기자의 말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특성상 워낙 비밀리에 추진하는 일이 많고 최종적으로 공식 발표하기 전에는 이를 감추는 게 일반적이어서 아직 섣불리 단언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팔리는 수입차 3대 중 1대는 일본차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일본 메이커인 토요타의 경우를 보자. 토요타가 한국 시장에 지사를 설립한 때는 지난 2000년 3월, 렉서스 시판에 들어간 때가 2001년 3월이다. 토요타는 공식 시판 이전에 3년여간 한국 시장에 대한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 진세무역에서 아발론을 들여와 팔았다가 시큰둥한 반응 때문에 철수한 일이 있어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닛산의 경우도 이미 시장조사를 마치고 진출 시기를 최종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닥부터 철저하게 이뤄진 시장 조사는 ‘돌다리는 두들겨보지만 건너지 않는다’는 토요타의 철학처럼 완벽하게 시장 예측을 하는 데 성공했다. 차를 시판하기 전까지 가장 두려웠던 점은 한국에서의 반일 감정. 그러나 시장 조사 후 결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미 전자제품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기 시장에서 일본제가 휩쓸고 있는 마당에 굳이 자동차만 안 된다는 법이 있느냐는 것. 특히 렉서스의 경우 미국 시장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브랜드여서 일본 색채가 강하지 않아 유리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중 일본차의 비율은 32.98%.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수입차가 세 대 중 한 대꼴로 일본차의 몫이라는 얘기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시장 규모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일본차의 수요 또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2천만원대로 선보인 혼다 시빅이 초반 부진을 만회하며 판매를 늘려가고 있어 신규 수요 창출 전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벤츠와 BMW처럼 일본차도 렉서스와 인피니티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세를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혼다의 상승세는 ‘일본 대중차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양상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입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국산차 고객과 차별화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게 사실. 그러나 3천만원대 차가 주종인 혼다는 대부분 국산차와 비교해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다른 수입차 고객과 구별된다.

물론 아직까지 일본 대중차의 진출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이르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차 관계자는 “혼다라면 지금보다 더 많이 차를 팔아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국산차와 별 차이가 없는 가격으로 그 정도의 성과는 별로 내세울 게 못 된다는 것. 얼마 전 뉴스를 탔던 닛산에다 토요타까지 진출할 경우 고객들의 반응은 어떻게 될까?

▲토요타 아발론에 오르다

기자는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 토요타와 벤츠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선우모터스를 찾았다. 지난해 분당에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등을 팔았던 선우모터스는 올해 압구정동으로 쇼룸을 옮기고 판매 모델을 늘렸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차가 아발론이다. 90년대 중반 국내에서 팔리던 모델과는 완전히 달라진, 풀사이즈 세단의 위용을 갖추고 있는 신형을 만났다. 현재 팔리고 있는 신형 아발론 시승은 국내에서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V6 3.5ℓ 268마력 엔진을 얹은 아발론은 차체 길이가 5010mm에 달하는 대형급 모델이다. 미국 시장을 위해 설계된 모델이어서 실내공간이 넓고, 특히 뒷좌석은 다리를 편안히 꽈도 될 만큼 넉넉하다. 도어 손잡이만 잡으면 도어가 열리고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스마트키가 있어 편리하다. 또한 스티어링 휠에도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버튼이 달려있다. 미국에서 ‘리틀 LS’로 불릴 정도로 렉서스에 버금가는 호화 장비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산 모델을 들여왔기 때문에 계기판에 속도계가 마일 위주로(km는 작게 표시됨) 되어있고 온도도 화씨로 표시된다. 접이식 사이드미러가 굳이 필요 없는 미국 시장의 특성상 아발론도 고정식 사이드미러를 달고 있는데, 선우모터스는 이를 전동 접이식으로 손봐놓았다. 또한 선우모터스는 국내 운전자들을 위해 만도 지니 내비게이션을 내장형으로 설치해놓았다.

배기량이 높은 만큼 파워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다만 미국 시장에 맞게 다듬어진 소프트한 서스펜션이 간혹 앞차 운전자를 향해 본의 아니게 인사를 하게 만든다. 급제동 때 차체 앞머리가 수그러드는 노즈 다이브 현상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조금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매끄러운 승차감을 보여주는 게 장점이다.

JBL 오디오 시스템은 렉서스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음질이 훌륭하다. 고음과 저음이 풍부해 자기도 모르게 음악 감상에 빠지게 만든다. 아발론은 넉넉한 실내와 조용한 엔진음,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춰 국내 고급차 고객에게 어필할 만하다. 판매가격은 5천990만원으로 렉서스 ES350과 엇비슷한 가격이다. ES350보다는 실내가 더 넉넉하지만 렉서스와 토요타 브랜드의 차이가 있는 만큼 선택의 고민에 빠져들게 만든다. 토요타와 닛산의 차들 중에는 중대형차도 있지만,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소형차들이 참 많다. 이들 모델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올 때 국산차 업체들이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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