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 부실문제와 엔캐리트리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은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이고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형태로든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과연 국내 부동산에는 어떻게 작용하며 어떤 충격파를 던질 것인가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낮거나 지불능력이 낮아 일반 모기지론인 주택 담보 대출을 신청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미국의 모기지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모기지론’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위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그리고 그 중간 단계인 ‘알트-A 모기지론’ 가 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신 일반 모기지론보다 금리가 2~4% 정도 높다. 우리말로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쯤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전체 모기지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에 대한 신용대출이나 기업 운전자금 대출이 아닌 말 그대로 개인주택을 담보로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지닌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금융기관입장에서는 담보가치 하락 및 이에 따른 대출금 회수 불능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악의 상태에 접어들게 되면 주택경매 처분을 통해서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어서 금융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동반침체내지는 자산버블이 일시에 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에 직격탄을 날린 이유는
대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품을 기초로 한 채권과 파생상품 등에 세계 각국의 은행이나 투자 기관들이 투자를 한 상태이다. 해당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실에 대한 우려로 일시에 원금회수를 하려 들 경우 금융기관의 지급불능에 빠져들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이다.
또한 미국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면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엔화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만일 엔화강세가 나타난다면 전 세계 유동성의 원천 역할을 하고 있는 엔케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가 있어 자칫 전 세계는 금융공항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지대인가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지대일까 하는 의구심이다. 담보대출금리를 살펴보자. 한국은행의 연달은 콜금리인상으로 콜 기준금리가 연 5.00%로 진입하자 제1금융권 기준으로 최고 8%를 육박하기 시작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커지는데다 기존의 DTI 등 대출규제와 어우러져 투자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일부 가계의 신용위기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의 연체율 1%, 저축은행은 9% 이내라 수치만 보면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전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51조원이나 되는지라 안심을 하고 있기만은 어렵다. 비우량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일단 연체가 발생하면 3개월을 기준으로 미만이면 일반연체로 보아 연체이자만 물리지만 3개월 이상이 되면 원금연체(원가화)로 분류되어 대출금 전체에 연체이자를 물린다. 다시 말해 한번 못 갚기 시작하면 쉽게 불량 연체자로 전락하는 구조이므로 안전한 상황이라고 하기만은 어렵다. 따라서 대출금리 상승한도 혹은 금리상한선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겠다.
주식시장 폭락이 국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문제가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주는 파장은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금융(주식)시장과 실물(부동산)시장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만 무풍지대로 남기는 어렵다
우선, 모기지 부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감소, 투자심리위축 등으로 인해 매물증가, 투자수요 급감으로 부동산가격 급락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대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부터 시중 부동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예견된다. 시장 전체의 유동성은 축소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대기 자금은 되레 풍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하는 가운데 오히려 국공채 시장은 돈이 넘치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경험 통해 볼 때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면 돈의 힘에 의해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저지되거나 상승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미국과 유럽중앙은행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부분과 금리인하 요구가 일고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동성의 증가는 물가상승을 일으키므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 위축과 동시에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욕구가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원금을 떼일 우려가 거의 없는 채권이나 상대적으로 자산 가치 등락폭이 적고 안정적인 수요, 임대수요가 받쳐주는 우량한 부동산 물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주거용부동산의 경우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여파로 어느 정도 하락세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여전히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안전자산선호도 증가, 미국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체률과 낮은 담보인정비율(LTV)등 여러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 특히, 집값의 급락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결국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과의 관계, 즉 자금의 호황성과 선후행성 그리고 대체성 등을 감안해보면 상승과 하락요인이 혼재하긴 하지만 작금의 주식시장 폭락이 집값급락으로 귀결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말이다.
대형오피스빌딩 등에 자금 유입이 이어질 듯
세금, 금융, 분양가 규제가 겹친 주택시장은 서브모기지론 부실 여파가 제한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줄 것이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집값하락에 대비해 금융기관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좀 더 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형오피스 빌딩, 복합용도건물, 호텔, 할인점, 아울렛, 쇼핑몰, 클리닉, 스포츠센터등 상업용 부동산과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으로의 자금의 유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개인들은 부동산 펀드, 리츠 등 간접시장에 대한 소액투자를 더욱 선호하는 계기가 촉발될 것 같다. 정보력과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개미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유망시장의 출현을 기대 해 본다.
글: (주)RE멤버스 대표 고종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