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월 들어 정제마진이 반등해 6개월 만에 7달러대를 회복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가격에서 원유와 운송 등의 비용을 제외한 것이다. 정제마진의 향방에 따라 정유사의 실적이 좌우된다.
정제마진은 올해 초만 해도 10달러를 넘나드는 등 호조를 보였다. 이에 정유사의 실적도 고공 행진해 정유 4사는 1~2분기에만 5조 원에 근접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정유업계 최대 호황기였던 2011년 실적의 70%에 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 때문에 정제마진은 급격히 하락해 8월 한때 배럴당 2달러까지 추락하는 등 정유사의 실적을 위협했다. 업계에서 보는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바닥 없이 추락하던 정제마진은 8월 말을 지나면서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추석 연휴부터 7달러 이상으로 올라섰다. 9월 들어 중국과 미국의 주요 정유사가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데다, 3분기라는 글로벌 석유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가 맞물렸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발전·난방용 제품 수요 증가로 3~4분기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낸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정유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키워 온 비(非)정유 부문, 석유화학 제품 마진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정유사 석유화학 사업의 주요 수익 지표인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는 9월 첫째 주 톤당 420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에 톤당 378~406달러를 오가던 마진보다 높은 수준이다. 파라자일렌 스프레드는 앞으로도 타이트한 수급 덕분에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상반기에는 못 미치나 3분기에 수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0조4444억 원, 영업이익 6010억 원이다. 1~2분기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보다는 밑돌지만, 작년 3분기 영업이익 3639억 원보다 많다. 또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역시 1000억~4000억 원의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의 반등으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우호적인 영업환경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