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현대상선과의 합병설이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판단이다. 청산 과정에서 일부 사업을 현대상선이 인수할 수도 있지만 알짜 자산 대부분 매각된 상태라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31일 오전 이사회를 통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결정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청산이나 회생 수순을 밟게 된다. 한진해운 안팎에서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화주들의 계약 해지, 용선 선박 회수, 해운동맹퇴출 등으로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하다.
청산절차에 들어가도 굿컴퍼니를 따로 떼어내 현대상선이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자산을 대부분 매각하거나 (주)한진이 가져간 상태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은 무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 역시 두 선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전일 “이미 채권단에서 합병 가능성을 검토했고, 채권단은 합병에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합병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제3자 인수ㆍ합병(M&A)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만약 법원이 회생을 결정할 경우 절차상 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이 회생을 결정하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 매각을 위해 인수후보군을 추리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며 “정부가 한진해운 자율협약 종료로 물류 태스크포스(TF)를 개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여러 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해외 선사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는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으로 미주노선에서도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만약 머스크가 지분투자를 통해 한진해운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 아시아-미주노선 점유율이 16.42%로 높아지며 기존 1위인 대만의 에버그린(10.19%)을 압도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자산을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회생 혹은 청산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한진해운 처리에 대해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