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FCA는 4조 원 안팎에서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고 연내 기업 매매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가 최종 결정되면 이 회사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자동차 부품회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은 차량용 조명 사업에 관심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유럽 등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 안정적인 납품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사업 부문만 인수하는 것을 타진했지만 FCA에서 고용 등을 고려해 전체 매각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차량용 조명을 비롯해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사업 부문을 갖추고 있다.
앞서 마그네티 마렐리의 차량용 조명사업 부문만 인수하려 했던 LG전자는 같은 이유로 결국 인수 추진을 철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국내외에서 M&A를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LG전자도 해외 자동차 부품 기업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는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LG전자 역시 자동차 전장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 사모펀드(PEF)와 함께 일본의 자동차 부품 회사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미래 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조 원 단위를 넘어서는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IB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때도 수백 명을 투입해 기업 실사를 할 정도로 보수적인 M&A 문화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자동차 사업 부문에서 만큼은 통 큰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지난해 72억6000만 유로(8조9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이자 및 세전이익(EBIT)은 3억2000만 유로(4000억 원)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 회장은 마그네티 마렐리 매각을 위해 구글 등과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