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불투명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특히 금호고속,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수 있는 실탄 확보에 걸림돌이 됐던 요소들이 하나둘씩 해결되며 그룹 재건 퍼즐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예상 뒤엎은 금호고속 ‘인수실탄 전략’ = 지난달 25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터미널이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칸서스KHB에 3900억 원을 받고 매각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다시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금호터미널은 지난해 6월 금호고속을 매각한 지 3년 만에 사들였다가, 그룹 차원에서 금호산업 인수자금 마련이 시급해지자 2년 3개월 내에 금호고속을 되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받고 3개월 만에 다시 매각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안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호고속까지 인수하기에는 여력이 없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박 회장은 곧바로 묘수를 찾아냈다. 매년 최대 800억 원의 현금을 창출해내는 알짜 회사인 금호고속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한몫했다.
이번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1500억 원 수준이다. 전체 인수대금 4000억 원 중 2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은 자동 승계, 나머지 500억 원은 칸서스KHB펀드에 재출자한 금액으로 금호고속 지분 일부를 확보한 상태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 헤지펀드 등 투자자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총 1500억 원어치의 채권 중 700억 원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나머지는 IBK투자증권, 케이스톤파트너스, 한국캐피탈, 플루토, 타임폴리오가 인수한다.
◇ 금호터미널·기업 합병으로 연 1000억 원 창출 가능 =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합병 작업이 드디어 완료됐다. 두 회사를 합병한 새로운 회사는 금호홀딩스㈜로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박 회장은 금호홀딩스 출범으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 측이 7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을 합병해야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내부 현금은 현재 3000억 원 규모로, 이번 합병으로 연 1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금호타이어 인수 성공률은? =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결정적 키는 사실상 ‘금호타이어 되찾기’다. 더불어 박 회장이 실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지난해 7228억 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5000억 원가량의 빚을 떠안은 박 회장에게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게다가 박 회장에게 주어진 우선매수청구권도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권한은 제3자에게 양도가 불가능해 박 회장은 우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오로지 개인 스스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순수하게 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경우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금호고속 인수 전략과 동일하게 헤지펀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