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자동차업체의 상반기 판매실적이 대체로 개선됐지만, 현대ㆍ기아차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판매 감소율이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7일 주요 자동차업체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신흥시장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 1~6월 전년 대비 0.9% 감소한 239만3000대를 판매했다.
기아차는 전년 대비 4.7% 감소한 145만7000대를 판매했다. 기아차의 판매 감소율은 세계 주요 12개 업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대·기아차의 주요 경쟁사인 일본업체들은 같은 기간 판매가 늘었다.
도요타는 전년 대비 0.3% 증가한 436만1000대를 기록했고 닛산(1.6%), 혼다(6.7%) 등도 판매가 증가했다.
유럽과 미국 업체들도 선전한 편이었다. BMW(5.8%)와 다임러(6.6%), 포드(4.6%)의 판매가 늘었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여파에도 전년 대비 2.1% 늘어난 519만9천대를 판매해 1위를 지켰다.
현대·기아차 외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1.0%)와 GM(-1.2%)만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차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하며 수익률도 낮아졌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상반기 7.6%에서 올해 상반기 6.6%로 하락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를 찍은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기아차는 판매 감소세에도 수익성이 좋은 레저용 차량(RV) 비중이 늘면서 4.9%에서 5.2%로 개선됐다.
GM은 2.8%에서 6.3%로, 포드는 5.5%에서 6.5%로 영업이익률이 상승했다. FCA(3.9→5.5%), 르노(4.9→6.1%), 닛산(5.9→6.5%)은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을 많이 따라잡았다.
도요타(9.9→8.8%), 혼다(4.5→2.8%), 다임러(9.2→7.3%) 등은 악화했다. 일본 업체들은 엔화 강세와 지난 4월 발생한 구마모토(熊本) 지진 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폭스바겐은 판매가 늘었는데도 디젤게이트 관련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률이 6.3%에서 4.9%로 하락했다.
하반기 전망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체 전반에 우호적이지 않다.
포드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에서 수요가 감소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쓰고 있고, 중국 사업이 기대보다 적은 수입을 창출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영향으로 유럽에서 향후 3년간 10억 달러 손실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도 내수 판매 감소와 엔화 강세, 미국 인센티브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률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는 내년 1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을 8%로 상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대차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며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됨에 따라 하반기에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