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옥틸이소티아졸론(OIT)’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갈지(之) 자 행보가 중소 생활가전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제조업체들과 충분한 의견 교류 없이 서둘러 조사를 진행한 데다, 조사 결과도 일부 업체들의 정보가 잘못 집계되는 등 혼선을 빚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OIT 필터 탑재’ 에어컨ㆍ공기청정기 조사 결과 중 다수 오류 내용이 발견되면서 국내 생활가전 업계가 속을 끓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1일 1차 발표에서 코웨이가 OIT 필터 21개를 다수 공기청정기에 탑재한 것으로 발표했다. 이에 코웨이는 국내 판매 제품에 OIT 필터를 탑재한 모델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환경부는 다음 날 공개한 추가 OIT 필터 국내 탑재제품 리스트에서 코웨이 정보를 ‘OIT 미검출’로 슬그머니 정정했다. 조사 과정에서 판매업체들의 제품을 교차 확인하지 못해 이뤄진 실수였다.
쿠쿠전자도 환경부 조사 결과에 억울함을 피력했다. 환경부는 총 21개의 쿠쿠전자 제품에 OIT 필터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조사 과정에서 동일 모델명을 중복 집계, 실제는 10개 모델에 불과하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쿠쿠전자는 관련 내용 정정을 환경부에 요청 중이다.
이 같은 환경부 조사 과정에서의 혼선은 생활가전 업계와의 소통 미흡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환경부가 OIT 필터 적용 제품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기 전 업계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청회를 충분히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전에 미리 업계와 긴밀한 소통을 했다면 일부 혼선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경부가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한 탓에 조사를 서둘러 진행한 것이 혼란을 키운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당초 환경부는 OIT 위해성 여부를 이달 중순께 발표하려고 했지만, 이를 오는 9월까지 연기했다. 공기 중 OIT를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해성 결과 발표가 연기된 상황에서 여론에 밀려 OIT 필터 적용 제품들을 떠밀리듯 공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활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환경부 조사 결과 생긴 오류들은 소비자들에게 직결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ㆍ에어컨 제조사들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며 “단순 필터 교체만 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제품 환불 또는 렌털 해약까지 요구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영업 일선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