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병폐를 막아야 하는 인사혁신처 고위 공무원이 보험협회 고위직에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로 국무총리실 밑에 설치된 정부 조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종훈 전 인사혁신처 산하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은 다음 달 1일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이사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화재보험협회는 24일 회원사(10개 손해보험사) 총회를 열고 감 전 상임위원을 신임 부이사장에 선출하기로 했다.
퇴직 공직자가 민간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여부 확인이나 취업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직자윤리위는 5월 퇴직 공직자 취업 승인 심사를 통해 감 전 상임위원의 화재보험협회 취업을 승인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3년간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는 감 전 상임위원의 퇴직 전 업무와 화재보험협회 간 업무 관련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취업 승인의 특별한 사유(시행령 제34조)가 있다고 판단해 예외적으로 승인해줬다.
특별한 사유란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낮고, 전문성이 증명된다고 보이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영향력 행사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힘들고 전문성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만큼,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 전 상임위원이 화재보험협회 업무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감 전 상임위원은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소장,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장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는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는 공무원 임용, 후생복지, 예산편성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소청심사위원회는 공무원이 징계처분 등에 이의제기를 한 경우 이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일을 한다.
이는 보험할인율 산출, 화재예방 안전점검 등을 핵심으로 하는 화재보험협회 업무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더구나 화재보험협회 부이사장직은 2014년 4월 신설 초기부터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김윤동 초대 부이사장 역시 당시 행정안전부 소청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인사 혁신을 해야 할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이 낙하산 구습을 이어가는 셈이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관은 보험보다는 화재 예방을 위한 건물 관리에 업무 초점을 둔다”며 “건축학도 출신인 그를 임명하는 게 전문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