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장수 CEO] 평균임기 3.6년…단임하는 CEO ‘부지기수’

입력 2016-06-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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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그늘’ 증권사 대표 교체 잦아

6년 전보다 임기 9개월 늘었지만

20곳 중 15곳 ‘재임기간 5년 미만’

정관 임기 1~2년… 실적따라 재신임

독립·소신경영·사업 연속성 악영향

국내 주요 증권사의 최고경영인(CEO) 평균 재임 기간은 3년여에 불과하다. 국내 증시가 7년째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갖히며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증권사 실적 부진은 잦은 CEO 교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증권사 CEO 단임 관행은 증권업계 경쟁력 위축으로 귀결됐다. 책임 경영과 사업 연속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CEO 단임 관행을 우선적으로 탈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증권사 CEO 평균 재임기간 3.6년 = 14일 본지가 20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재직 중인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 6개월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본지가 같은 설문을 진행한 결과(2년 7개월) 보다 9개월여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임기 10년을 바라보는 장수 CEO들이 소폭 늘어난 결과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월 아홉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10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됐다.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도 지난 3월 네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8년간 교보증권을 이끌어 온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18년까지 연장됐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도 올해 세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지난 6년간에 이어 오는 2019년까지 메리츠종금증권을 이끌게 됐다. 이와 함께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세번째 연임에 성공, 내년까지 임기가 연장되며 증권사 장수 CEO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지난 2010년에 비해 9개월가량 늘었지만, 일부 장수 CEO를 제외하면 여전히 임기는 3년 남짓에 불과하다. 미국 주요 증권사 CEO 재임기간이 7~8년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반 토막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 20개사 중 CEO 재임기간이 5년 이상인 곳은 5개사에 그쳤다. CEO 재임 기간이 5년 이하인 증권사는 15개사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한화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3개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CEO가 교체됐다. 주진형 전 대표의 파격행보로 안팎으로 내홍을 겪은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월 한화그룹 출신 여승주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장승철 대표의 후임으로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하이투자증권은 서태환 대표의 후임으로 주익수 전 하나금융투자 투자은행(IB) 대표를 각각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단임 CEO 책임 경영 약화 불가피 = 증권사 CEO 단임 관행은 증권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11년 하루 평균 7조원대에 달하던 주식거래 대금은 올해 초 기준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증시 거래 부진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수탁수수료)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증권사 실적이 악화되며 CEO의 단임 관행이 고착화됐다. 상법상 임원 임기는 3년이지만, 대부분 증권사는 정관에 CEO 임기를 1~2년으로 하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을 물어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연임하는 CEO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증권사 CEO 단임 관행으로 증권업계 경쟁력은 훼손됐다. 증권업계 부사장을 지낸 한 관계자는 “금융 선진국은 전문경영인이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10년 이상 임기를 지내는 경우도 많지만, 국내는 이런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임기가 짧아 단기 성과에 급급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책임 경영과 사업의 연속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도 CEO의 책임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신규 사업은 7~8년 이상 장기 계획이 필요한데 2~3년의 임기로는 사업의 비전과 혁신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지배구조도 CEO 단임 관행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증권사 대부분이 은행과 산업 자본 계열에 속해있다.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회전식으로 거쳐 가는 사례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나 대기업들이 증권사 경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해야 CEO 단임 관행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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