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을 양적완화로 포장하지 말라. 이제라도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양적완화라는 어설픈 말장난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국채발행 등을 통해 순리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라.”
한국은행 노동조합(노조)이 29일 이같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정부가 한은 발권력을 동원해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라는 요구는 마치 양머리를 개고기로 속여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일갈했다.
▲한국은행 노조가 21일 4명의 신임 금통위원이 첫 출근하는 날 아침 한은 본점 정문에서 '중앙은행 독립'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리고 있다. 사진은 신임 금통위원을 태운 자동차가 시위현장을 지나는 모습. 김남현 기자
서명서는 또 “국책은행이 부실해진 것은 정부 책임이다. 부실의 원인이 된 조선사도 국책은행이 대주주로 10년 넘게 경영해왔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것은 지극히 전근대적인 발상이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저열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는 것은 바로 정부의 작금과 같은 시도를 막기 위함”이라며 “한은 노조는 국가경제의 발전, 그 이전에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발권력 동원 시도를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