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스홀딩스 회장의 사재 출연 없이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에 앞서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날 채권단에 자구계획이 담긴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하고 자율협약을 신청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 신청시 회사의 자구 노력과 향후 경영정상화 가능성 등을 검토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제반사항을 구비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경우, 채권금융기관 실무책임자 사전회의를 소집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 개시 여부 안건을 부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채권단은 대주주 책임 원칙을 바탕으로 한 신청 요건을 꼼꼼하게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즉 한진해운 경영 악화에 대한 손실 분담 원칙에 의거,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의 ‘의지’와 ‘성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이 일종의 ‘시간벌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금융권에서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채무 상환을 일정기간 유예해주게 되고, 이 기간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나 자산 매각 등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함으로써 채무가 상환된 시간을 이용해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내고, 사재 출연과 감자 등 손실 부분을 최대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도 이전에 채권단에 브리지론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과 관련한 일방적인 발표에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악화한 기업들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구조조정의 틀을 두고 채권단과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친다.
앞서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에 앞서 최종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하기 전까지 제출과 반려의 과정 등 수개월의 시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경영권 포기와 300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 감자 등의 사항을 논의하며 경영권 포기를 약속해 대주주 손실 분담 원칙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제출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안 외에 추가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하지도 않았고, 자구안에 담길 내용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