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격변기를 맞이했다. ‘박현주號’ 미래에셋대우증권 등장으로 촉발된 금융투자업계 판도 변화가 KB투자증권의 ‘인수합병(M&A)’ 성공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소형 은행계 증권사인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 인수로 단숨에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자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증권 등 대형 은행계 증권사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각 증권사는 헤지펀드 사업 진출과 해외 진출 등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强4中 체제’…대형사 경쟁 치열 =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인수전이 마무리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새판’이 짜일 전망이다. 우선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7조7500억원으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기존 1위였던 NH투자증권은 2위로 물러나게 됐으며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로써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미래에셋대우, NH, KB현대, 삼성, 한투 등 ‘1강(强)4중(中)’ 구도가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삼성증권이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실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부 증권업계의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최근 자사주 매입 등으로 매각설이 잠잠해졌지만 구체적인 인수주체가 거론될 만큼 매각설이 기정사실로 나돌았다”며 “삼성증권이 매물로 나오든 인수주체로 되든 간에 증권업계는 일부 대형사와 틈새시장에 특화된 일부 중소형사들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증권사들의 대형화가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M&A를 통해 자기자본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증권사의 재편과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본금 3조원 이상 확보 시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자격을 얻을 수 있고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현대증권은 IB와 리테일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KB투자증권은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어 합병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에서다.
서보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비즈니스 영역이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 노사합의 등 합병을 가로막는 요인이 크지 않다”며 “두 증권사의 결합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합병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도 KB투자증권의 현대증권 인수 가격이 다소 높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주식자본시장(ECM)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특화된 현대증권과 채권자본시장(DCM)·구조화 금융에 특화된 KB증권이 합병하면 IB부문에서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계 증권사 ‘긴장’…“차별화 전략 필요“ = 미래에셋대우와 KB-현대증권의 등장에 증권사들은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1위 자리를 빼앗긴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B투자증권의 약진으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 등 은행계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이들 증권사는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그동안 업계를 선도해 왔던 NH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통해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에 이어 증권사도 헤지펀드 업무 겸영이 허용된다. NH투자증권은 이에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트레이딩 센터를 열었으며 다음달부터 관련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추진본부장은 “헤지펀드업 등록 요건을 갖추기 위해 트레이딩 센터를 우선 열었다”며 “이르면 이달 안에 등록해 다음 달께 출범해 사모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NH투자증권은 새로운 자산관리서비스 브랜드 ‘QV’(큐브)를 출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국내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QV로보 어카운트’를 선보이는 등 온라인 자산관리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진국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를 맞이하며 새로이 각오를 다졌다. 이 사장은 ‘종합자산관리 명가 재현’을 통해 하나금융투자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금융솔루션으로 자산관리 명가로 부활할 것”이라며 “기업금융(IB)을 접목한 PIB(Private Investment Banking)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 IB와 세일즈&트레이딩(Sales&Trading) 등 투자은행 부문이 전략사업으로 지속 발전하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투자로 직원의 전문 역량 강화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베트남 현지 증권사 지분을 100% 인수해 베트남법인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