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 일침을 가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러우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45%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을 내건 트럼프에 대해 “(그는) 비이성적 타입”이라면서 “그 같은 주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미국이 트럼프의 제안에 따라 무역 정책을 바꾼다면 미국은 세계 리더로서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 장관은 평소 중국 관료 중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인사로 유명하다. 중국 언론이 트럼프의 ‘막말’에 비난한 적은 있지만 중국 고위 관료가 직접 ‘트럼프 때리기’에 나선 것은 러우 장관이 처음이다. 앞서 리커창 총리와 중국 외교부는 미국 대선이나 트럼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직접적인 언급이나 논평을 피해왔다.
트럼프는 그간의 선거 유세에서 중국이 WTO 규정을 완전히 위반하고 있으며 미국은 부당하게 중국이 WTO 법을 위반하는 것을 눈감아 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관세나 세금을 형평성 있게 부과하지 않고 있어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중국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거래하는 것을 배우거나 중국과의 교역을 모두 거둬들이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이 맺은 무역 관계는 완전히 재협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러우 장관의 말처럼 트럼프의 공약은 WTO 법을 위반하는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무역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스콧은 “WTO 법상 어떤 국경간의 관세 인상은 미국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우 장관은 “미국인들은 중국과 미국이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경제적으로 서로 부딪히게 된다면 큰 손실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과격한 수사법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발언이 차기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새 정권은 미·중관계를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