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들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 진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디어 도용 등 대기업들의 무차별 ‘미투(따라하기)’ 공세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상대가 자금·영업력이 강한 대기업인 만큼 정면 승부가 쉽지 않은데다,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오히려 해당 대기업 사업이 주목을 받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스타트업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O2O사업을 운영 중인 A스타트업은 최근 대기업 S사의 모 서비스 화면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구성과 똑같은 것을 확인했다. 앱 내 가맹점 신청 페이지 구성이 99% 이상 같아, A스타트업은 S사가 자사의 서비스 구성 일부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A스타트업의 앱 가맹점 신청 페이지 양식은 지난해 8월부터 사용됐지만, S사의 서비스는 그 이후인 지난 연말부터 공개된 바 있다. A스타트업 대표는 “몇 달 운영하다 보니 페이지 내 필요없는 항목도 있었는데 S사는 이 부분까지 ‘그대로’ 베낀 것 같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싶지만, 후발주자인 S사의 서비스가 오히려 주목을 받을 수도 있어 우선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전긍긍했다.
A스타트업을 압박하는 대기업은 S사뿐만 아니다. 역시 최근 같은 종류의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 K사는 오프라인 제휴점 영업시 “A스타트업을 조만간 인수할 것이니 우리와 제휴하자”는 식으로 점주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이에 A스타트업은 K사에 정식으로 항의했지만 ‘잘 알지 못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린이용 안전벨트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B사도 대형 유통업체 E사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E사가 B스타트업의 유아용 벨트 제품의 디자인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특히, E사의 제품은 B스타트업보다 훨씬 저렴한데다 전국 유통망인 대형마트를 통해 공급되는 만큼 B사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대기업들의 미투 공세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O2O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늘고 있어서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던 O2O시장에 대기업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무기로 대놓고 베끼거나,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대기업들은 스타트업과 사업제휴 등 지원에도 나서고 있어 스타트업 입장에선 무작정 문제 제기를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헤비급’인 대기업과 ‘주니어급’ 스타트업 간 경쟁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게 맞다”며 “스타트업의 장점은 유연하고 빠른 사업 추진인데, 대기업에서는 막강한 물량, 영업력 등으로 스타트업의 장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