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세상사가 다 그렇듯 부동산시장에도 변수가 복병이다. 철석같이 믿었던 사업이 중단되는가 하면 호황세가 오히려 악재가 되기도 한다.
인천 영종도의 운명이 그렇다.
2000년대 중·후반 개발바람이 거셀 무렵의 영종도 부동산은 황금알 낳은 거위로 비유됐다. 곳곳에 대규모 신도시·관광단지개발 청사진이 발표되면서 돈푼깨나 있는 부동산 마니어들은 죄다 영종도로 몰려드는 형국이었다.
허허벌판에 임시건물을 지어 파는 토지 분양시장이 성시를 이뤘다. 높은 보상가를 노린 투기성 투자 상품이 판을 쳤다. 관광개발이 예정돼 있어 일단 사놓으면 떼돈을 버는 구조였다. 임시건물이 있는 곳은 일반 택지보다 보상가를 많이 받을 수 있는데다 값이 싼 이주자 택지까지 분양받게 돼 이중으로 돈을 챙기는 형태였다. 일반 분양분보다 30~40% 싼 이주자 택지는 1억~2억 원 가량의 웃돈이 붙었으니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랬던 영종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쪽박을 찼다. 뒤늦게 뛰어든 택지분양업자는 빚에 쪼들려 줄행랑을 쳤고 돈 된다는 임시건물이나 땅을 산 투자자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돼 버렸다. 화사한 장밋빛으로 꾸며진 온갖 개발 청사진은 하루 아침에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돼버렸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종도는 카지노 리조트 유치를 계기로 재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2014년 인도네시아의 리포그룹과 미국 시저스의 합자회사인 LOCZ가 영종도 초입부 미단시티에 리조트·호텔· 쇼핑센터 등이 함께 하는 대규모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 상황은 확 달라졌다.
게다가 인천공항 옆 국제업무단지에 한국의 파라다이스가 일본 세가사미와 함께 또 다른 카지노 리조트를 개발하면서 영종도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었다. 여기다가 새로운 카지노 1~2개가 영종도에 추가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다.
지난 2월 정부는 미국 모히건 선과 한국 KCC의 합자회사인 인스파이어IR가 제시한 운서지구의 카지노 리조트사업을 허용키로 발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신규 카지노리조트가 미단시티가 아닌 공항 북서방향인 운서지역 프로젝트를 낙점한 것에 대해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으나 그런대로 영종도의 시장여건은 무르익어 갔다.
이런 호황국면에 느닷없는 비보가 전해졌다. 가장 믿었던 LOCZ사 합작사인 리포가 사업을 포기한다는 소식이었다. 리포가 빠지면 영종도 카지노리조트의 핵심인 미단시티사업이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파트너인 시저스도 발을 빼려는 눈치여서 영종도는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영종도의 투자여건은 매우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올해 예정된 하늘도시 등 주변의 아파트와 토지 분양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하늘도시에는 6개 블록에서 총 3,700여 가구의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고 LH공사도 남아있는 택지 가운데 단독택지 306개 필지, 점포주택 177개 필지를 비롯한 각 용도의 572개 필지를 분양할 참이었다.
시장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아파트값도 내림세로 접어들었다.하늘도시내 일부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2,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이미 분양된 원룸 주택지 시장에도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택지 값은 3.3㎡당 400만~500만원 수준이지만 근래 들어 이보다 20만~30만원 가량 빠진 매물이 종종 눈에 띈다.
리포&시저스의 카지노사업 포기 방침에도 불구하고 영종도 부동산가는 그런대로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시장은 급격히 위축될 여지가 많다.
특히 카지노 종사자를 겨냥해 들어선 분양형 호텔·오피스텔·원룸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돼 투자자들의 손실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마당에 카지노 악재까지 겹쳤으니 영종도 부동산의 예후는 매우 불길하다.
한동안 호황국면을 보였던 영종도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게 됐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