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의 찌질한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AI가 쓴 소설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비보가 며칠 전에 일본에서 날아온 것이다. 내막을 살펴보니 온전히 AI가 쓴 소설은 아니었다. 주제, 이야기 구성, 등장인물 등을 인간이 정해주면 그걸 기반으로 AI가 집필하는 방식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해당 작품 전문의 번역본을 읽어봤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의 힘을 빌렸다고 하나 미리 귀띔해주지 않으면 AI가 쓴 것임을 알아내기 힘든 수준이었다. 심사위원들 역시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적어도 글쓰기의 기술적 측면은 AI가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일전에 인간과 AI가 쓴 야구 기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한 적이 있는데 나 또한 몇몇은 정확히 맞히지 못했다. 당시엔 스트레이트 기사이니 그럴 법도 하다고 생각했으나 문학 영역에서마저 이런 결과를 접하니 머리가 조금 복잡해진다.
난 증권사에서 편집위원으로 일하는 소설가다. 증권업계의 자료는 테크니컬 라이팅에, 소설은 크리에이티브 라이팅에 속하는 영역이어서 둘을 아우르며 일한다. 자연히 글쓰기의 기술적 측면에도, 글 이면에 자리한 통찰과 시선 등 인간 고유의 영역에도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결국 글쓰기 또한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공산이 커 보인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 글쟁이는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자신을 만들어가는 게 현명한 태도일지 질문해본다. 아마도 답은 AI가 인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느 지점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