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유정의 79주기가 오는 29일인 가운데, 그가 남긴 작품이 재조명받고 있다. 김유정은 짧은 기간 인상적인 작품을 집필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김유정은 ‘소낙비’로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1935년 등단했다. 그러나 등단 2년 만인 1937년 3월 29일 2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짧은 집필 기간 동안 김유정은 ‘소낙비’를 비롯해 ‘금 따는 콩밭’, ‘봄봄’, ‘동백꽃’, ‘만무방’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장편 동화 ‘두포전’를 써내며 집필에 열정을 쏟았다. 그가 2년 동안 남긴 작품은 30여 편에 달한다.
특히 농촌을 소재로 한 김유정의 소설은 독자로부터 호평받았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봄봄’은 농촌의 계층, 계급 문제를 담으면서도 해학과 유머를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김유정이 고향 실레마을에서 지내면서 익힌 강원도 하층민의 구어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 특징이다. 구수한 사투리로 문학적 요소를 더 풍부하게 나타내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믹한 설정과 스토리로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구성됐다.
최근 후배 작가들이 ‘열린 결말’로 끝난 ‘봄봄’의 뒷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지난 8일 계간 ‘대산문화’ 2016년 봄호에는 기획특집으로 ‘김유정 대표작 봄봄 이어쓰기’가 실렸다. 강원도 출신 소설가 전상국, 이순원, 김도연, 강영숙, 이기호가 ‘봄봄’의 뒷 이야기를 다양한 상상력으로 펼쳐냈다. 작가들은 소설 속 ‘나’에 칠보, 성구, 종포 등 특색있는 이름을 붙여 이야기를 풀어냈다.
소설 ‘봄봄’ 속 ‘나’는 점순이와 혼례를 약속하고 봉필영감의 데릴사위로 들어간다. 그러나 봉필영감은 혼례를 미루며 ‘나’에게 일만 시키고, 소설은 봉필영감이 ‘나’를 지게막대기로 때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결국 소설은 ‘나’와 점순이가 혼례를 올렸는지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봄봄하다’로 제목을 붙인 전상국은 소심한 세침데기인 점순이가 봉필영감과 ‘나’ 칠보의 싸움 후 시집을 안 가겠다고 선언하는 이야기로 소설을 전개했다. 점순이가 칠보에게 ‘우리 빨랑 봄봄해유.’라고 편지를 쓰며 ‘봄봄’은 이어진다.
이순원은 ‘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에서 뭉태의 아이디어로 장가가는데 성공한 ‘나’ 성구의 모습을 그려냈다. 강명숙의 ‘발산’에서는 노인이 돼 만나는 점순이와 ‘나’ 일만의 이야기가, 이기호의 ‘하지 지나 백로’에서는 점순이와 결혼한 뒤 ‘나’의 모습이 독자의 흥미를 끌었다.
한편, 김유정 79주기 추모제는 29일 오전 11시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다. 김유정기념사업회 주최·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추모제는 김유정 소설 입체낭독을 시작으로, 동백꽃 헌화 등이 이어진다. 후배 문인들의 추모글 낭독과 동백차를 함께 마시며 김유정의 문학을 되짚어 보는 순서도 마련됐다. 이번 추모제를 시작으로 ‘김유정 사랑 3대 가을 잔치’ 등 김유정을 기리는 행사가 1년간 이어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