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사외이사 소명의식 갖춰야

입력 2016-03-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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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2011년 2월 금융위원회는 7곳의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른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의 시작이었다.

저축은행들은 2000년대 들어 본업인 서민 대출에서 벗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동산 호황을 타고 2005~2007년 집중적으로 이뤄진 PF 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저축은행의 건실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 하에 그해 7월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 미만인 제일과 토마토를 비롯한 7개 저축은행을 각각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의 결정으로 시중 은행 대비 높은 예금이자를 보고 저축은행을 찾은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이 불가피했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예금자들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임이 알려져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형평성 및 법리상의 문제로 잊혔다. 또 저축은행이 신뢰를 잃으면서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사금융이나 고리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대부업으로 몰려 2차 피해를 양산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은 다양하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하에서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는 사금고화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또 이를 견제할 사외이사와 감사 등 내부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당시 기사들을 보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경영진이 포함돼 태생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반영하듯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들은 부동산 PF 대출 규제 개정과 리스크 익스포저 측정 및 종합 리스크 관리계획 수립 등 이사회 주요 안건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본래의 기능인 감시와 견제는 찾아볼 수 없고 ‘거수기’ 역할에만 충실한 셈이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의 종료를 앞둔 요즘 거수기, 관피아 등 그동안 사외이사들을 따라다녔던 오명은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 없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거나 활동 중이어서 사외이사 자격과 선임 관련 논란은 더욱 뜨겁다.

현행 사외이사 제도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전문성과 독립성의 결여이다. 특히 독립성의 결여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외이사의 선임 단계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 중에도 최대한의 독립성을 확보해 사외이사 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0대그룹 상장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125명 중 관료 출신이 51명으로 작년보다 관료 출신 비중이 6.4% 줄어든 반면 학계와 재계 등 전문가 그룹은 54명으로 관료 출신 비율을 앞섰다고 한다.

저축은행 사태는 사외이사의 그릇된 선택이 가져다준 파국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외이사 스스로부터 매 안건 소명의식을 갖춘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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