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이란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상대가 돌을 던져(패배를 인정해)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맞대결에서 186수 만에 돌을 던지며 흑으로 불계패했다.
이날 대결은 덤이 승부를 갈랐다. 덤이란 먼저 두는 사람이 다소 유리하기 때문에 흑에게 일종의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회에선 백돌에게 6.5집의 덤이 주어지지만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중국 룰을 따르기 때문에 백에게 7.5집의 덤이 주어졌다.
복기 과정에서 유창혁 9단은 "초반 진행은 누가 이세돌 9단인지 모를 정도로 알파고가 내용이 좋았다"며 "알파고가 잘 둔 부분도 있지만 이세돌 9단도 평소보다 실수가 잦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반 진행 흐름이 이세돌 9단이 너무 나빴다"라며 "중반이 넘어가면서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는데 오히려 이것이 차후 수를 고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종반을 복기하면서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이 10집이 넘게 앞서고 있다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나보다. 막판에 실수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고 평했다.
결국 이 실수를 틈타 알파고는 백 102수로 우변 흑집에 침투하며 승부수를 던졌고, 이세돌 9단은 장고를 거듭했으나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이에 돌연 형세가 이세돌 9단의 우세에서 알파고의 우세로 바뀌어버렸고, 186수 만에 이세돌은 돌을 던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해설진은 이대로 경기가 계가까지 이어졌을 경우 알파고가 덤을 고려했을 때 2.5집 정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