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변수가 존재해 신의 영역으로 취급되던 바둑에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도전장을 던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와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월 28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한 편이 조용하던 바둑계를 뒤흔들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과 5번 대국해 모두 이겼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알파고는 20년 만에 바둑에 도전하고 있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복잡하고, 상황 판단력과 변수가 많아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럼에도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가능한 이유는 알파고의 학습 능력 때문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는 기존 데이터에 기반해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노하우를 습득한다”고 밝혔다. 이는 알파고에 내장된 신경망 때문인데 그중 정책망이 다음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이 승자를 예측한다.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들의 대국 내용을 익히며 신경망을 훈련했고, 자체 신경망을 기준으로 수천만 번의 바둑을 두며 가능한 변수를 최소화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오는 9일 1국을 시작으로 10일, 12일, 13일, 15일에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총 다섯 차례 대국한다. 제한시간은 각 2시간이며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을 따른다. 우승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통상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의 경우 인공지능에게 4수를 내어주지만, 알파고는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
전 세계는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딥마인드와 한국기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는 국내 취재진은 물론 AP, AFP 등 해외 통신사 기자 100여명이 몰렸다. 영국 방송사 BBC와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에서 이세돌 9단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바둑이 전파되지 않은 아랍권의 통신사 알자지라도 이세돌 9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세돌 9단은 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3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시상식에서 “한 판이라도 지면 알파고의 승리”라며 5전 전승 의지를 다졌다. 이세돌 9단의 천적인 중국 커제 9단은 “프로 수준에 이르더라도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알파고가 단 5개월 만에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