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기업들의 배당확대를 위해 주요 국내 투자기업 중 ‘저배당 기업(중점관리기업)’을 지정하고 중점 관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주권행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5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지분 10% 이상 보유)인 상장사 79곳 중 2014년과 지난해 배당을 결정한 기업 72곳에서 배당성향이 낮은 코스피 상장사들이 대책 마련에 바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던 기업들이 최근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하고 나서 이 같은 행보가 확산될지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4년 배당을 전년(1950원)보다 1000원 이상 올린 주당 3000원으로 정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현대모비스는 결국 올해 배당금을 주당 3500원으로 올렸다.
롯데푸드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푸드는 2일 이사회를 열어 1주당 478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65억4566만원이다. 지난해 34억원에 비해 31억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행보로 여겨지는데, 롯데푸드 측은 이와 관련해 다른 요인보다도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둔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에 기업들은 긴장하면서 내심 경영권 간섭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저배당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 4월께 국민연금의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배당을 중시해 투자를 등한시하면 수요 부진, 일자리 감소 등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배당 확대가 기업 투자 기회를 훼손한다는 것은 배당성향이 현저히 낮은 한국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72개 기업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성향이 가장 낮은 곳은 한솔로지스틱스, 한진칼, 신세계, 한국단자공업, 현대그린푸드, 롯데푸드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