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식품 전문가들과 자체상품(PB)개발 연구소를 열고 ‘디테일’을 강조하는 질적 경쟁에 나서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황으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채널의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편의점만 지난해 매출이 30%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일궈냈다. 1인 가구 증가와 담뱃값 인상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편의점 3사인 CU·GS25·세븐일레븐은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자체 상품 개발 연구소를 마련하고,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는 각사만의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셰프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별관에 ‘상품연구소’를 열었다. 셰프와 조리·소스·시즈닝 전문가 등 약 15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소는 제품 기획부터 개발, 검토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연구개발 시설이다. 182㎡ 규모에 독자적 연구·개발(R&D)을 위한 테스트키친·레시피연구실·모니터링룸 등 7개 연구실을 갖췄다.
CU 상품 연구소의 현재 핵심 연구 과제는 도시락이다. 지난해 말 출시돼 한 달여 만에 250만개가 팔려 누적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백종원의 ‘집밥 도시락’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BGF리테일은 도시락의 성공에 힘입어 사각형 햄버거 같은 혁신적인 역발상 제품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업무를 세분화해 외부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할 예정이다.
GS25의 허연수 GS리테일 대표는 이에 앞서 2013년 ‘GS리테일 식품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연구소의 구성원 16명 중 11명이 연구인력이고, 이 중 5명은 9년간 경력을 쌓은 호텔 셰프 출신이다. 이들은 매년 200여개의 상품을 개발하고 리뉴얼해 매달 15개 이상의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혜자스럽다’, ‘갓혜자’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낸 ‘김혜자도시락’과 가격 대비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마이홍도시락’ 등 GS25의 히트 상품 대부분이 반 년 이상 이들의 손을 거쳐 세상에 등장했다. GS25는 영광굴비, 벌교꼬막 등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쓴 도시락도 선보일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 음식이지만 맛과 영양 면에서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전문가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롯데그룹의 계열사 세븐일레븐도 ‘밥 소믈리에(밥 짓는 노하우를 습득한 전문가)’로 불리는 밥·쌀 전문가를 두고, 도시락·삼각김밥 등의 밥맛 개발과 관리를 맡겼다. 집밥 수준의 도시락을 선보이기 위해 도시락에 고품질의 국내산 햅쌀을 100% 사용하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쌀은 도정 당일 입고돼 3일 내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명품쌀 품종 중 하나인 ‘삼광쌀’을 사용한다. 지난 2013년 하반기에는 롯데푸드가 약 40억원을 투자해 업계 최대 규모의 밥 짓는 설비인 취반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마다 취급 품목에 차별화가 없는 상황에서 각 업체가 먹거리의 디테일한 차이를 내세워 고객잡기에 나선 모양새”라며 “그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졌고 미세한 차이에도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