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공백을 메울 채권금융기관 운영협약이 ‘개점휴업’ 상태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금융기관의 기업 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이 이달 1일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신청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협약 준비 과정에서 시급성을 앞세워 채권금융기관들의 조기 가입을 압박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기촉법 공백으로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하고 금감원이 운영협약 체결을 서둘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금융기관 기업 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은 신용공여액 합계가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적용된다. 이 운영협약은 기촉법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채권금융기관 자율운영에 따른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워크아웃과 마찬가지로 신용공여액(의결권) 기준 75% 이상 찬성 시 기업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성에 뿌리를 둔 만큼 협의회 의결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부과하는 ‘손해배상책임’ 조항을 넣었다.
기업 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에 가입한 금융사는 전체 대상기관 364곳 중 325개(89.3%)이다.
애초 운영협약이 시행되면 지난해 말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11개 기업 중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못한 2개 기업이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자구 노력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운영협약은 기촉법 실효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업무의 원만한 추진을 위한 대비 차원”이라며 “과거에도 운영협약에 따라 구조조정 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기촉법 적용 대상 범위를 대기업에서 총 신용공여액 3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기촉법은 이변이 없는 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