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15일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시기에 엉뚱한 일을 벌이는 증권사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기관들이 적극 (증시 부양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임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격한 만큼 위기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에 당일 회의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조치로 증권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증안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매도 제한 등의 조치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증시안정펀드는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이 출자한다. 2003년 코스피가 500선으로 급락하면서 4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가 처음 조성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자 그해 11월 거래소(2500억원), 예탁원(2100억원), 금투협(550억원) 등의 출자로 2차 증안펀드가 조성됐고 이후 5개월 동안 매월 1000억여원이 시장에 투입됐다.
임 위원장이 긴급 소집한 회의에는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황영기 금투협회장, 유재훈 예탁원 사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 증안펀드에 참여할 기관의 수장이 모두 참석했다. 3차 펀드가 조성되면 자금 규모는 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 유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증안펀드의 수익률이 좋아 원금을 회수하고도 자금이 남아 있다”며 “거래소와 예탁원, 금투협 등의 보유 유동성 자산 등을 고려할 때 3차 펀드 조성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증안펀드로 조성된 자금은 지수가 급락할 때 수개월에 걸쳐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금까지 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차 증안펀드 수익률은 57%에 달한다. 환매 후 남은 자금 1390억원은 지난해 민간 연기금 풀의 종자돈으로 투입됐다.
이에 증안펀드 자금을 유치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2008년에도 당시 60여개 운용사의 절반 이상이 증안펀드 자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증안펀드 예상 규모는 현 증시 시가총액 대비 매우 작긴 하지만 그럼에도 운용사들의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공적 기금을 운용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선정 기준이 될 수 있어 많은 기관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지난 선정 과정에서는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운용사 평가시 주식형 수탁액에 비례해 평점을 부여하다 보니 대형사에 유리하고 운용상 문제가 불거진 회사들을 걸러내는 기준도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에 증안펀드가 조성된다면 단순히 수탁액 기준이 아니라 실제 운용 성과와 장기투자 특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펀드 운용과 관련한 주요 위험을 투자자에게 적절히 고지하지 않은 운용사나 펀드 운용자산 부실로 수익자 총회를 개최한 운용사 등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