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실탄 확보 이재용의 책임경영… SDS 지분 매각, 엔지 유증 재원 마련

입력 2016-01-29 09:24 수정 2016-01-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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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전반에 나선 지 2년차로 접어든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본격화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마련했다. 부실 계열사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시장에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으로, 실권주 발생 시 이 부회장은 3000억원 한도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일반공모에 참여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이 부회장은 장 종료 직후 내놓은 삼성SDS지분 158만7757주(2.05%)에 대한 블록딜 매각에 성공했다. 블록딜 지분 매각 경쟁률은 1.3대 1로, 대부분 외국인, 헤지펀드가 물량을 소화했다.

삼성SDS 지분 2.05%에 대한 블록딜 성공으로 이 부회장은 3800억원 규모(세금 제외 3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한 주당 매각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7.85%의 할인율이 적용된 24만500원이며 매각주관사는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공동으로 맡았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7일 기존 주주 미청약분 발생 시 1조2000억원 규모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3000억원 한도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삼성SDS 지분 매각은 지난해 밝혔던 삼성엔지니어링 정상화 의지를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 실탄 마련을 위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 이유로 50% 후반에 달하는 그룹사 우호 지분을 꼽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고,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문제도 얽혀 있다”며 “이 부회장의 지분이 취약한 상태인 삼성전자는 지분 매각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25%로, 이 가운데 2.05%를 매각하더라도 최대주주(9.2%)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또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 이후 오너가 포함 삼성SDS에 대한 그룹사 우호 지분은 57%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삼성SDS 지분 매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여유 있게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신주 발행가 확정 예정일은 2월 3일이며 구주 청약은 2월 11~12일, 실권주 청약은 15~16일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성공적 유상증자를 위해 이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3분기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매각주관사는 이 부회장의 나머지 삼성SDS 지분에 대해 향후 6개월간 매도를 금지하는 락업을 설정했다. 삼성SDS 주주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주주나 시장은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SDS 주식을 더 파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며 “락업 설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자금조달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 약속을 지키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모두 인수하기로 하면서 ‘전자·금융·바이오’를 삼각편대로 한 이 부회장의 ‘뉴 삼성’이 윤곽을 갖췄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카드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지분율이 71.86%(8325만9006주)로 높아졌다. 삼성생명의 이번 지분 인수를 놓고 업계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30% 이상 확보)을 갖춰고 1대 주주 지위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비주력 계열사와 사업부문 정리에 이어 계열사 간 지분정리를 통해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기존 성장축인 전자와 금융을 강화하면서 바이오를 더한 삼각편대를 구축하는 게 재편 작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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